부안 내변산/150525
내변산을 오르면서...
올무에 걸려 바둥대는 노루의 슬픈 눈망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이상시인의 날개라는 시가 생각나는 하루다.
아내가 나를 버리고 떠난지 이틀째,
눈을 뜨니 다섯시다.
어젯밤 홀로 즐긴 포식의 흔적을 지우려 씽크대로 가는데,
갑자기 등짝 가운데가 담에 걸린듯 갑자기 결린다.
산을 만난지가 오래되어 모처럼 큰맘먹고 내변산을 찾아 하루를 보시하기로 마음 먹은 날인데,
이거시 먼일이래?
언제나 산은 생각만 해도 가슴을 뛰게한다.
그런 면에선 산과 아내는 거의 동격인 모양이다.
수십년이 흘러도 항상 똑같은 모습.
산은 내게 말한다.
"여자의 마음은 항상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고...."
그러니 나와 벗하고 살자고...
때때로 한 밤중까지 산행을 하고 늦은 시각에 귀가할 때면 전화를 걸어온 아내가 이렇게 말한다.
"그냥 산에서 살소"
근디 각시나 산이나 다 좋다.
안 보면 항상 그리운...
세월이 흘러도, 아니 나이를 먹어갈수록,
근디 이 나쁜노무 각시가 젊은 오빠를 이틀씩이나 버리고 방치했다.
나중 일을 어찌 책임지려고?
씨잘데기 없는 말이 너무 길었다.
설레는 마음에 일찍 일어나 변산을 만나러 왔는데.
종일 구석구석을 두루 살펴보리라 생각했건만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내소사길도 포기하고 그냥 한바퀴만 돌려하는데 짐도 무겁고,
일찌감찌 휴식을 취하며 짐을 줄여본다.
쉬다보면 또 몸이 풀리지 않겠는가?
그래 시간도 죽이고 짐도 줄이자.
한없이 즐거워야할 오늘 하루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 될른지 자뭇 궁금하다.
어쨌건 산아 반갑구나^^♡♡♡
나는 네가 좋은데 너도 아내도 나를 반겨주지 않누나(눈물)
얼간이 짝사랑/쉐그린
- https://youtu.be/A33TI2of2vM
내변산을 오르면서 카톡으로 보낸 내용이다.
그랬다.
모처럼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하루를 산과 벗하려 했는데,
뜬금없이 담에 걸릴게 뭐람?
담같은 경우는 약만 사먹어도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금방 좋아지는데,
약국문을 열때까지 어떻게 기다리겠는가.
그리곤 가는 길에는 줄포I.C에서 들어가야하는데,
헛생각하느라 부안I.C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덕분에 변산해수욕장 그처에 있는 사랑의 낙조공원에 잠시 머물며 안개낀 서해바다를 즐길 수 있었다.
사실은 산행을 하고 시간이 남으면 한바퀴 빙~돌아볼 계획이긴 했지만...
한가지 특이한 건 광주시내에서는 아카시아꽃이 자취를 감춘지가 오래인데,
멀지도 않은 부안해변에는 아카시아꽃이 한창이었다.
아카시아나무의 종이 좀 다르게 보이기는 했지만...
몸이 좋았으면 하늘을 날으는 기분으로 산행을 즐겼을 텐데 발걸음을 뗄때마다
등짝이 저려오니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쉬고 싶어 쉬는게 아니라 등짝은 아파오고 짐은 무겁고,
짐이 압박하니 등이 더 아픈 느낌이다.
일찌기 전망좋은 바위위에 자리하고 앉아 시간도 죽이고 짐도 줄인다.
또한 돌려던 코스도 최대한 줄이고 무사히 귀가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렸다.
해서 푹 쉬다가 내소사도 와룡소도 모두 포기하고 최소코스로 한바퀴 돌아서 내려왔다.
사진은 카메라에 찍힌 것들 모두 그대로 그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