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처럼 가족방/햇살이의 풍경첩

삼인산 우중산행/150614

서까래 2015. 6. 18. 21:10

빗소리/주요한 - 시인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르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들 위에 창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어제는 비가 내렸지.

그것도 제법 많이 내렸어.

모처럼 우중산행을 했었지.

함평에 볼일이 있어 오전에 업무를 보고 오후에 가까운 불갑산을 한 바퀴 일주하고 오려했어.

그런데 정오경에 도착하니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거야.

할 수 없이 매점에서 할매막걸리 큰 걸로 두병을 사들고 가까이에 있는 병풍산자락을 찾았어.

다행히 광주에는 소나기가 가볍게 지나가고 햇살도 드문드문 내리쬐더군.

오늘은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삼인산에 올라 삼인산 정상에 앉아 좀 쉬다오기로 했어.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저만치에서 옅은 구름에 쌓인 병풍산이 이리 오라며 유혹의 손길을 던지더군.

마음이 잠시 흔들렸지.

누군 거기에 오르기 싫어서 안가는 줄 알아?

오르고 싶지만 오늘은 삼인산으로 만족할래.

삼인산은 한적해서 좋고,

오르는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때로는 번잡한 주변이 조망되지 않아 편할 때도 있다.

두시가 넘도록 점심을 먹지 않아 허기가 지기에 정상을 오르기전 탁배기 두잔으로 허기를 달래고 정상에 올라 무등을 마주하고 앉아 곡기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는데,

뭐가 불만인지, 하늘이 계속 으르렁거리며 짖어대는 거야.

무슨 의미인지를 알면서도 산객은 이를 무시하고 홀로 마음의 양식을 퍼담고 있었지.

절반 남짓 비웠는데 드디어 올게 왔지.

이런 된장!

비가 존나 쏟아지는 게야.

우비도 없고 비를 피할 자리도 없어 들어가기 싫어하는 막걸리병을 엊지로 배낭속에 쌔리 넣고,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며 서서히 발길을 옮겼지.

모처럼 비를 맞으며 내려오는 산길이 너무나도 좋더군.

혼자라서 더 좋았어.

반쯤 남은 막걸리병은 내려가기 싫다며 배낭 속에서 목매여 울부짖었지만,

애써 무시하고 빗속을 걸으며 우중산행의 진수를 만끽했다네.

비내리는 풍광이 어찌 멋있던지 몇 컷 날리고 싶었지만, 카메라는 아내가 가져가고 휴대폰 밧데리는 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지.

비가 그친 후 휴대폰을 꺼내 몇컷 찍다보니 휴대폰이 안녕을 고하더군.

그랬었어.

그래, 너무 좋았었엉^^

그래서 난 전국적으로 비가 좀 많이 내린 줄 알았는데, 중부지방 같은 곳에는 비가 거의 안내린 모양이야.

나만 쫄쫄 따라다녔남?

메르스도 메르스지만 너무 가물어서 큰일이야!

부모님들이 농사를 지으실 때는 너무 가물고 그러면 걱정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

제발 비다운 비가 전국적으로 골고루 내렸으면 좋겠어.

어제는 비가 내렸지만,

당분간은 오늘도 내일도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

그래서 매마른 내 가슴도 좀 적셔주려무나^^

날씨가 따사롭지만,

새로운 한주 즐겁고 힘차게 열어가시길....

윤형주 - 어제내린 비

https://www.youtube.com/watch?v=JRfqP8HTKvE&feature=player_detailpage

 

우중산행기를 카톡으로 보낸 글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