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160728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
예전에 우리가 어릴 땐 그랬다.
요즘 애들은 모르리라.
모깃불에서 피어나는 매캐한 냄새도 모르리라.
저녁을 먹으면 대부분 밖으로 뛰쳐나가 놀다가
늦은 밤중에 들어와 잠들곤 했다.
때로는 너무 늦어 대문이 잠긴 날은 담을 타고 넘기도 했었지.
그때는 어쩌면 하늘에 별들도 그리 많고
별똥별은 왜 그리도 자주 떨어졌었는지...
우리가 못보고 있을 뿐,
하늘의 별들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도심에 살며 밤하늘을 바라볼 일이 얼마나 있으며
바라본들 환한 불빛에 묻혀 별들이 얼마나 눈에 띄겠는가?
어제 밤 늦은 시각,
밖에는 장마를 마무리하는 가는 빗발이 내리는데
날씨가 어찌 후덥지근하던지
에어콘을 틀었다.
그런데 한 오분쯤 지나 냉기가 나올 무렵 정전이 되어버렸다.
아내에게 농담 삼아 그랬다.
“우리가 에어콘을 틀어서 과부하 걸려서 정전됐으니
어디 가서 우리가 에어콘 틀었단 소리 하지 말소~~“
그랬는데 한참 후에 나오는 안내방송을 들으니
누군가가 차로 전주를 받아버렸단다.
어쨌건 한 삼십여분을 암흑 속에서 지내야 했다.
그랬단 얘기고...
이제 장마도 끝났다는데...
그럼 더울 일 밖에 없네요.
어제가 중복이었으니
더워봐야 보름쯤 지나면 수그러들지 않을까요.
더위에 현명하게 대처하시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겨울왕국 OST “Let it go”
태양은 가득히OST “Plein Sol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