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를 맞으며/160917
가을비를 맞으며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내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언젠가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훌쩍 떠날 날이 오면
미련 없이 떠나버려도
좋을 만큼 살아왔는가
봄비는 가을을 위하여 있다지만
가을비는 무엇을 위하여 있는 것인가
싸늘한 감촉이 인생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들에게
가라는 신호인 듯 한데
온몸을 적실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그대는 무슨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내일을 가야 하는가
『가을이 남기고 간 이야기』중에서
아직은 녹아들지 않은 가을,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다 멈춘
서울의 북쪽 하늘이 구름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민다.
맑고도 짙은 쪽빛하늘과 주변에 솜털처럼 깔려있는 구름과의 조화가 신비롭다.
온하늘을 덮고있던 먹빛하늘이 차츰 옅어지며 하늘이 조금씩 열려간다.
내고향 남녘엔 많은 비가 내린다는데 이 비가 오고 나면 가을이 깊어지려나.
아침 이른 시각 미처 물들지 못한 나무들이 차가운 가을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며 하나 둘 바닥을 나뒹굴었다.
가을다운 정취는 아니었지만 얼핏 가을을 느꼈다.
그래 이제 가을이야.
그리고 저 쪽빛 하늘을 바라다봐.
가을이 아니라면 하늘이 어떻게 이렇게 고운빛을 띄고 있겠어?
모대학 캠퍼스의 비상하는 독수리상 아래 돌계단에 앉아 바라보는 하늘빛이 사무치도록 아름답다.
하늘이 아름답다는 건 아마도 그 하늘 아래있는 세상도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야.
어쩌면 하늘은 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르니까^^
추석연휴의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마무리하시길...
(음표)송창식의 "날이 갈수록"
(음표)최헌의 "가을비 우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