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기도/목필균/241202
12월의 기도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 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 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 목필균
이별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이별이란
그 대상이 사람과의 관계건 세월이건
일단은 슬프고 허무하고
때로는 시원하기도 하고
잘했건 못했건 추억도 있을 것이고
미련도 남고 회한도 남게 마련입니다.
본디 세월이란 게 양심이 없어서
즐거웠던 시간들은 빠르게도 흘러가고,
기다리는 시간과 힘겹고 괴로운 시간들은
일각이 여삼추인양 더디 가게 마련인데,
이런 시류에도 한해가 벌써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입니다.
이렇듯 세월은 무심히도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쳐다보며
12월의 일상을 시작하는 첫날입니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신 분들은
올해가 아직도 한 달이나 남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벌써 한해가 저물어 간다는 아쉬움이 훨씬 앞섭니다.
아쉬움은 아쉬움일 뿐이고
세월은 머뭇거리지도 뒤돌아보지도 않고
좌고우면하는 법도 없이 그냥 그렇게 흘러갈 뿐입니다.
사실 세월을 붙잡으려면
그 세월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어찌 감히 그걸 꿈꾸겠습니까.
가는 세월 그렇게 가라지요.
소월 시인의 시 한수로 12월을 맞이하는
감회와 아쉬움을 대신합니다.
12월의 첫 일상 밝고 활기차게 열어 가시고
알차고 행복한 12월 보내시길 빕니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김소월의 “못잊어”
(음표)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음표) 박인희의 “방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