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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예찬/이양하/250423

서까래 2025. 4. 23. 10:23


신록 예찬

/이양하(李敭河, 1904~1963)

 

,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 중략

 

그리고 또,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欲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말하자면,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다.

 

주객 일체(主客一體), 물심일여(物心一如)라 할까, 현요(眩耀)하다 할까,

무념무상(無念無想), 무장무애(無障無),

이러한 때 나는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가진 듯이 행복스럽고,

또 이러한 때 나에게는 아무런 감각의 혼란(混亂)도 없고, 심정의 고갈(枯渴)도 없고,

다만 무한한 풍부의 유열(愉悅)과 평화가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또, 이러한 때에 비로소 나는 모든 오욕(汚辱)과 모든 우울(憂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고,

나의 마음의 상극(相剋)과 갈등(葛藤)을 극복하고 고양(高揚)하여,

조화 있고 질서 있는 세계에까지 높인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하 생략

 

마땅히 5월에 올려야할 신록예찬을 때늦은 4월에 올린다.

때가 늦었다함은 이미 신록의 단계를 넘어섰다는 나의 우매한 생각 때문이다.

아마도 이양하님께서 이 글을 쓰시던 시기에는

5월의 어느 날 즈음 지금 같은 풍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아니다 내가 어린 시절,

아니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사실 그러했다.

 

그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기후인들 변하지 않을 것이며

순서만 뒤바뀌지 않을 뿐 계절인들 변하지 않겠는가.

 

봄꽃들이 예쁘다.

꽃은 아름답고 화사하지만

신록은 실로 눈부시다.

밖에 나가 산 빛을 바라보라.

각양각색으로 피어나는 신록들의 향연은

아무리 예쁘고 아름다운 꽃에서도 느낄 수 없는

품격과 감동이 있다.

 

그래서 신록이 우거지는 이 즈음이면 굳이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경관이 아름다운 코스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곤 한다.

 

지난 일요일 여독이 풀리지 않은 아내가 쉬겠다면 홀로 병풍이나 오르려했다.

바람이나 쐬러 갈거냐고 의중을 물었더니 그러자고 했다.

철쭉철이기도 해서 오랜만에 화순 수만리 생태숲공원을 찾았다.

북향이어서인지 아쉽게도 철쭉꽃은 아직이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아침에 바라보이는 무등산은

안개에 싸여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나와 드라이브 겸 무등산을 끼고 한 바퀴 빙 돌아

광주호 호수생태공원을 찾았다.

기실 화순 생태숲공원이나 광주호 생태공원보다

드라이브하며 바라다보는 신록들이 주는 청량감이 더 좋았다.

좋은 것은 좋은 것.

물과 신록이 함께 하는 풍경은 언제나 경이롭다.

피곤해하는 아내와 짧은 산책을 마치고

무등산장까지 드라이브를 즐기고

귀가하여 탁배기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만

하루도 짧고 인생도 짧고

아름다운 계절과 아름다운 시절은 언제나 너무 짧기만 하다.

하지만 아직은 봄.

붙잡을 수는 없지만 즐기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때론 사는 게 힘겹고 버겁지만

따지고 보면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도 많고 그럴 때도 많다.

어쩌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야할 이유인지도 모른다.

 

일요일에 둘러본 화순 수만리 생태숲공원과

광주호 호수생태공원 풍경 올려봅니다.

잡다한 사진들 자주 올린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때가 지나면 바뀌어 버리는 풍경들이기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일 뿐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 내리고 난 후의 아침이 상쾌합니다.

오늘도 유쾌 상쾌 통쾌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김범수의 하루

https://youtu.be/-Mtsa98BHaI

 

(음표) 윤항기의 나는 행복합니다

https://youtu.be/X-YF4fZZB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