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피천득/250507
오월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5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 피천득
아침 안개가 자욱하고
강변의 나무들은 안개와 어우러져
더욱 푸르러 보입니다.
푸르른 오월 신선한 공기에
눈에서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푸르른 신록의 향연.
녹음이 짙어가는 숲길을 따라 걸어가면
몸도 마음도 청춘인 듯 느껴집니다.
그런데 신록이 짙어가는 5월의 아침에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아침기온은
또 무슨 조화일까요.
가끔씩 비기 내리긴 하지만
구름 하나 없는 맑은 날들이 이어지지만
5월치고는 쌀쌀한 날씨가 이어집니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신록은 짙어가고
5월의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납니다.
도심의 화단엔 향기로운 작약이며
불두화, 산딸나무, 조팝나무 같은 꽃들이 피어나고
연못가에는 노랑꽃창포가 비에 젖어 피어있고
땅위에는 각시붓꽃이며 애기말발도리꽃이 귀엽습니다.
강변에 늘어선 튜립나무도 어느덧 꽃을 피우고
만발한 아카시아꽃은 달콤한 향기를 풍깁니다.
풀섶의 찔레도 꽃을 피우고,
이에 질세라 덩굴장미도 화사한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공원 산책로변의 홍가시나무꽃도 피어나고
마로니에 나무도 꽃을 매달고 있습니다.
산에는 층을 이루어 층층이 꽃을 피우는
층층나무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더군요.
누가 뭐래도 5월은 장미의 계절입니다.
화란춘성(花爛春星) 만화방창(萬化方暢)
꽃들이 만발하여 봄이 한창이고,
따뜻한 봄날에 만물이 생겨나서 쑥쑥 자라납니다.
5월은 푸르른 달,
자라나는 건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같은 어른이들의 마음도 곱게 자라날 겁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은 뛰누나
나 어렸을 때도 그랬고
어른이 된 지금에도 그러하며
내 늙어서도 그러기를 바라노니
그렇지 않다면 죽음이나 다름이 없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경건한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윌리엄 워드워즈의 “무지개”
예전에는 나도 어린이었나니.
흐르는 세월 따라 어느덧 어른이 되고
나도 아이들의 어버이가 되었고,
그 아이의 아이들의 할애비가 되었다네.
나 어렸을 때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젊으셨다네.
흐르는 세월을 어이 막으랴.
세월 따라 전철(前轍)을 밟고 가는 인생인 것을...
내일은 어버이 날,
문득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이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부디 평안하게 지내시길...
집주변을 산책하며 담아본 풍경사진 올려봅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사랑과 평화의 “장미 한송이”
(음표) 나훈아의 “홍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