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중세/기형도/250619
내 인생의 중세
이제는 그대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지요
너무 오래되어 어스프레한 이야기
미류나무 숲을 통과하면 새벽은
맑은 연못에 몇 방울 푸른 잉크를 떨어뜨리고
들판에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나그네가 있었지요
생각이 많은 별들만 남아 있는 공중으로
올라가고 나무들은 얼마나 믿음직스럽던지
내 느린 걸음 때문에 몇 번이나 앞서가다 돌아오던
착한 개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나그네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았지요.
- 기형도
미류나무 숲을 통과한 새벽
맑은 연못 속에 떨어진 푸른 잉크..
들판에서 기다리는 나그네,
생각 많은 별
20대에 요절한 기형도시인이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미완성의 시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알 수 없는 울림 같은 게 느껴집니다.
내 인생은 중세를 지난 건 거의 확실한 것 같은데
근세를 사는 걸까요? 현세를 사는 걸까요?
아니면 말세(末世)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요?
사실 인생에 시대를 적용한다는 건 무리일 겁니다.
어쩌면 광기어린 천재시인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기발한 발상이겠지요.
사는 게 힘겹고 나이가 많다고
말세를 향해 간다는 표현은 맞지 않을 겁니다.
산다는 게 결국은 죽음이라는 공통된 지점을 향해 가는 거라 할지라도
죽음은 삶의 한 과정이고 마지막일 뿐,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고
죽음을 말세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건 마치 말세처럼 느껴집니다.
힘 있는 미친놈들이 날뛰는 세상.
중세시대나 근세였다면 멀리서 무슨 일을 벌이든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조할 수 있었겠지만,
현대사회는 강 건너 불이 태평양, 대서양 가리지 않고
순식간에 건너와 번지는 세상입니다.
세상에 똑똑하고 잘난 사람은 많아도
난세의 영웅은 보이지 않으니
그저 현명하게 잘 대처하며 살아야겠지요.
제주에서 시작된 장마가 오늘저녁부터는 내륙지방으로 확산된다 합니다.
어차피 매년 겪어온 장마철이지만
건강하고 무탈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장마에 피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시고,
오늘은 오늘대로 알차고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음표) 이필원의 “약속” “추억“
https://youtu.be/bSExtwz74Dc?list=RDbSExtwz74Dc
(음표) 임수정의 “연인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