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류시화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가고 있을 때
한쪽으로 비켜서 있는 이들
봄의 앞 다툼 속
먼발치에 피어 있는 무명초
하루나 이틀 나타났다 사라지는 덩굴별꽃
중심에 있는 것들을 위해서는 많은 눈물 흘리면서도
비켜선 것들을 위해서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산 자들의 행렬에 뒤로 물러선 혼들
까만 씨앗 몇 개 손에 쥔 채
저만치 떨어져 핀 산나리처럼 마음 한 켠에 비켜서 있는 이들
곁눈질로라도 바라보아야 할 것은
비켜선 무늬들의 아름다움이었는데
일등성 별들 저 멀리 눈물겹게 반짝이고 있는 삼등성 별들이었네
절벽 끝 홀로 핀 섬쑥부쟁이 처럼
조금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야 저녁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아,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증명을 위해
수많은 비켜선 존재들이 필요했다는 것을
언젠가 그들과 자리바꿈할 날이 오리라는 것을
한쪽으로 비켜서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비켜선 세월만큼이나
많은 것들이 내 생을 비켜 갔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잠깐 빛났다
모습을 감추는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
역사는 말해준다.
비켜서 있는 것들은 기억해 주지 않는다고...
그리고 어차피 기억해야 할 것들은 승자의 편에서 왜곡시켜왔다고...
역사는 비켜서 있는 것들을 철저히 배격하고 무시해왔다.
시인은 말한다.
비켜서 있는 것들에 대해 예의를 지켜야한다고....
약자들도 존중받고 다양성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어쩌면 단순히 시인의 희망사항일지도 모른다.
비가 내린단다.
아침에 비가 몇 가닥 흩날리길레 우산을 쓰고 출근했는데
흐리기만 하고 말짱한 게 오후 늦게 쯤 비가 오려나 보다.
내일까지 비가 내리고, 다음주에는 장마가 시작된단다.
지겨운 장마지만 어차피 지나가야 할 일이다.
오는 비는 올지라도
오늘도 건강하게 화이팅하십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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