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햇살처럼 가족방 1270

치열하지 않은 고요는 없다./220427

치열하지 않은 고요는 없다. 적멸(寂滅)이란 개념은 불교에서는 아주 소중한 개념으로 쓰인다. 이하 내용은 하단에 실는다. 2008년 4월 10일(목) "오늘 드디어 금연을 감행하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여 다시는 흡연자가 되지 않으리라." 14년 전 금연을 시작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짧게 적어놓은 나의 금연일기이다. 그리고 다시는 흡연자가 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치열하게 살아온 삶만큼이나 담배도 치열하게도 피웠다. 그때는 그랬다. 지금도 거의 그렇지만 그저 일에 파묻혀 도심 속의 은둔자처럼 살았고, 그런 내게 술과 담배는 너무나 가까운 벗이었다. 그리고 담배는 술과는 달리 시도 때도 없이 나와 함께했으니 그 애틋함이 오죽했겠는가? 그런데 지나고 보니 미친 짓이었다. 가장 가까운 벗이라 여겼던 담..

눈 내리는 광주 첨단 주변공원과 영산강변의 밤 풍경

추우신가요? 날씨가 춥지요. 겨울이니까 추운 건 당연하지요. 눈도 많이 내리고요. 그래서... 그래서가 아니고 그냥 노래 세곡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어제 밤 저 홀로 눈 내리는 밤길을 거닐었지요. 춘흥(春興)을 못 이겼다는 말은 익히 들어 보았지만 동흥(冬興)이나 설흥(雪興)을 못 이겼다는 말은 내가 익히 들어본 적이 없으나 흥이라는 게 별겁니까? 그냥 나름대로 즐기는 게 흥이고 즐거움이 아닐 런지요? 어젯밤 눈 내리는 밤거리를 홀로 거닐었지요. 왜냐고요? 그런 고약한 질문은 사양입니다. 그저 좋았지요. 한 밤중에 소복소복 내리는 눈 그렇게 조용히 내려오는 눈하고 친하고 싶어졌지요. 친해지려면 함께 어울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 무심히 밤길을 나섰지요. 비도 바람도 없이 홀로 내리는 외로워 보이는 눈과 벗해..

호우가 휩쓸고 간 후의 담양 관방제림 산책/200809

일요일 오후 가까운 담양 관방제림을 찾았다. 관방천은 범람하지는 않았지만 제방 상단 가까이까지 쓰러져 있는 풀들을 보면 물이 얼마나 많이 흘렀을지 짐작이 간다. 국수에 막걸리 한 병을 비우고 관방제림을 왕복하며 산책을 즐겼다. 천변의 나무 밑둥은 떠내려 온 풀포기들이 누더기처럼 엉겨붙어있고 작은 나무들은 무게를 못 이겨 쓰러져있다. 나무에 걸려있는 쓰레기가 이 정도인데 떠내려간 쓰레기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목포항까지 떠내려갔을 것이다. 관방천은 누더기처럼 변했지만 누런 흙탕물은 도도히 흘러내려가고 관방제림의 쉼터에 앉아 쉬는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가 넘치고, 제방길을 걷는 산책객들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관방천의 쓰레기들이야 치우면 그만이겠지만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어찌해야 ..

비 내리는 금요일 오후의 운천지와 무각사 주변 산책/200807

8월 들어 처음 맞이하는 금요일, 왠지 모르게, 아니 비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포 한잔이 그리운 날이다. 사무실 창밖에 쏟아져 내리는 비는 예사롭지가 않은 데, 오늘따라 점심 한 끼 함께 나눌 이 없구나. 마음먹고 슬리퍼차림에 우산을 받쳐 들고 해장국집으로 들어선다. 대로변의 창가에 자리하고 앉아 시원스러운 빗줄기를 바라보며 뼈다귀해장국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나니 약간이 아니라 아쉬움이 한 가득이다. 이왕 버린 몸, 소주 한 병을 추가해 마시니 비 내리는 날씨와 적당히 궁합이 맞는 것 같다. 바지를 정강이까지 걷어붙이고 우산을 받쳐 들고 운천저수지로 향한다. 올 여름 들어 무안 회산백련지도 다녀오고 전주 덕진공원의 연꽃도 만났으나 정작 가까이에 있는 운천지의 연꽃은 만나지 못해 기회를 엿보던 터..

지리산 노고단과 구룡폭포/200215

잔설이 남아있는 지리산 노고단을 둘째딸과 막내아들과 셋이서 올랐다. 유난히도 눈이 귀했던 겨울이었던지라 나름 눈덮인 지리산을 기대했으나 잔설로 만족해야했다. 내려오는 길에 잠시 구룡폭포에 들러 굽이쳐 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구룡폭포의 풍광이 수량이 많은 여름철에 미치지 못함은 그 또한 아쉬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