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각,
미선이가 보고 싶어 홀로 공원산책길에 나섰다.
며칠 전 산책길에 만난 미선이의 하얀 겉옷은 금새 터질 듯이 부풀어있었다.
어제 문득 미선이가 순산을 했을 텐데 깜박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앞 공원에 미선이네가 산다.
해마다 이른 봄에 나폴나폴한 꽃잎을 흐드러지게 피웠다가 금새 속절없이 스러져버리는 미선나무꽃,
비단 미선나무꽃에 한정된 얘기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 것을......
처음 개나리를 닮은 하얗게 핀 이 꽃을 보고 이름을 몰라 한참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꽃이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충북 괴산과 진천에 주로 서식하는 식물이란다.
미선나무꽃말은 "선녀" 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꽃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찌 보면 선녀의 옷자락을 닮은 듯도 하다.
가로등불 아래 애처로이 피어있는 미선나무꽃을 바라보다 한 시간 남짓 첨단의 공원길을 걸으며 가까이 다가온 봄을 느껴보았다.
제철을 맞은 목련꽃은 가로등불을 배경삼아 그 자태를 뽐내고 벚꽃봉우리는 달빛 아래서도 탱탱한 붉은 빛이 묻어난다.
꽃사과나무는 이미 파란 싹을 틔웠지만, 플라타나스나무는 가로등불에 비치는 늘씬한 하얀 나신를 자랑한다.
겨울철에 밤길을 걸으면서 많이 느끼는 건 나목들의 섹시함이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의 산책길은 자연과 친구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따지고 보면 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녀석들 모두가 벗이다.
그래서 공원길을 산책하다보면 여기저기 눈길이 자주 간다.
요즘은 공원산책이 좀 뜸해 졌지만, 매일 다녀도 하루하루가 새삼스럽다.
특히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에는.....
어쩌면 산책시간은 나를 위로하고, 나를 쓰다듬어 주는 시간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첨단대상공원과 보훈병원, 쌍암공원을 거닐며 스마트폰으로 담아본 풍경
때가 이른지 대상공원의 미선나무꽃이 아직 많이는 피지 않았다.
어디를 가건 시원스러운 목련꽃이 개화하며 아름다움을 뽑낸다.
가로등불빛을 바고 있는 쌍암공원의산수유꽃
불빛 탓인지 메타세콰이아는 마치 불이라도 붙은 듯 빨갛게 물들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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