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이 봄을 어찌할까나?
취기가 미처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피곤하다며 같이 놀아주지 않는 아내에게 눈을 부라리며 한 마디 툭 던지고 밖으로 나간다.
“오빠 집 나가갖고 안 들와 불랑께 혼자 잘 살어라!”
“알았어”
오늘은 모처럼 가까이 있는 보훈병원이나 한 바퀴 둘러볼 심산이다.
요즈음 산책을 좀 게을리했더니 공원풍경이 새롭게 다가온다.
밖으로 나와 바라보니 바로 집 옆에 하얀 목련이 만개해 웃고 있다.
아! 모르는 새 여기도 목련이 벌써 피어 있었구나.
붉어지려는 눈망울로 목련꽃을 바라보면서 왜? 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라는 시가 퍼뜩 떠올랐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마도 한 이십여일 후쯤이면 모란꽃도 화사하게 피어날 것이다.
영랑시인의 시부터 한 수 감상하고 가자.

- 영량생가의 시비
-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잇슬테요
모란이 뚝뚝 떠러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
五月 어느날 그 하로 무덥든 날
떠러져 누운 꼿닢마져 시드러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업서지고
뻐처오르든 내 보람 서운케 믄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三百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잇슬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그리고 봄이 갈때를 미리 대비해서 양희은 의 노래도 한곡 감상해보자!

대상공원을 따라 걷다보니 매화도 피고 아그배나무에는 파릇한 새싹이 돋고 있다.
보훈병원으로 들어서니 매화도 산수유꽃도 개나리도 만발했는데,
벚꽃은 터질 듯 말듯 꽃망울을 탱탱하게 공그고 있다.

매화향기를 맡으며, 내일 모래쯤이면 벚꽃이 피어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걷는데,
문득 하얗게 만개한 꽃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어, 저건 벚꽃 같은 데”라며 다가가 보니 벚꽃이 만개해 있다.
“ 오 마이 갓!

잠시 머물다 집을 향해 발길을 옮기는데 가는 길목의 아파트에 백목련과 자목련이 나란히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집앞에 있는 미선나무꽃이 진즉 피었을텐데 그걸 보지 못했구나 싶어
유심히 살펴보니 꽃잎이 누렇게 퇴색하고 있다.

아! 이 아름다운 봄날을 어찌해야 할까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
하지만 소생했다싶 으면 어느덧 소멸하고 마는 허무함.
어쩌면 소생과 소멸은 동의어는 아닐런지....
우리네 삶도 그들과 다를 게 무에 있으랴?
어떤 가수는 사랑이 나팔꽃처럼 짧다고 노래했지만,
기실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