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오탁번
1
왼쪽 머리가
씀벅씀벅 쏙독새 울음을 울고
두통은 파도보다 높았다
나뭇가지 휘도록 눈이 내린 세모에
쉰아홉 고개를 넘다가 나는 넘어졌다
하루에 링거 주사 세 대씩 맞고
설날 아침엔 병실에서 떡국을 먹었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가
첩자처럼 병실을 드나들었다
수술 받다가 내가 죽으면
눈물 흘리는 사람이 참 많을까
나를 미워하던 사람도
비로소 저를 미워할까
나는 새벽마다 눈물지었다
2
두통이 가신 어느 날
예쁜 간호사 링거 주사 갈아주면서
따뜻한 손으로 내 팔뚝을 만지자
바지 속에서 문뜩 일어서는 뿌리!
나는 남몰래 슬프고도 황홀했다
다시 태어난 남자가 된 듯
면도를 말끔히 하고
환자복 바지를 새로 달라고 했다
- 바다 하나 주세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엉뚱했다
- 바다 하나요
바지바지 말해도 바다바다가 되었다
언어기능을 맡은 왼쪽 뇌신경에
순식간에 오류가 일어나서
환자복 바지가
푸른 바다로 변해버렸다
아아 나는 파도에 휩쓸리는
갸울은 목숨이었다
.............
오탁번시인의 시는 꾸밈이 없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1인당 오백만원씩 주며 회춘하려던 사람도
의식없이 누워있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그저 생긴대로 살다가면 되지
어거지로 살 수는 없는 게 우리네 인생사 아닐까요.
다만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다가면 더 없이 좋으련만
그 또한 희망사항에 불과하겠지요.
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 하잖아요^^
뭐니뭐니해도 일단은 건강이 최고죠.
꿈을 꾸세요. 열심히....
주말은 다가오고
무더위도 여전하네요.
모쪼록 즐거운 주말되소서~~
수와진의 “파초”
정광태의 “도요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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