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 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 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타고 이 겨울 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류 시 화
왜?
시인은 기쁨에게는 안부를 묻지 않았을까?
어쩌면 기쁨은 누구나 좋아하지만
그저 선망의 대상일 뿐,
기쁨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며 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누구나 받아줄 것 같은
만만한 슬픔과 친한 척 가까이 하며
그와 함께 어울리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슬픔보다는
기쁨을 더 많이 누리고 살 것이다.
몸이 가볍고 편할 때
몸에 대해 찬양한 적이 있는가?
하지만 아주 작은 거라도 아픔이 있고
고통이 있다면 금방 느끼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어쩌면 편함과 기쁨, 즐거움은 거의 통하는 개념일 것이다.
평상시에 모두 누리고 살면서도
일상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는지도 모른다.
하나 아픈 건 다르다.
조금만 아파도 금방 느낀다.
그래서 아주 조금씩 축적된 작은 슬픔의 응어리들이
나의 삶이었던 양,
나의 생활이었던 양
일상처럼 느끼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라.
그대에게 기쁜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또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행복하게 보냈던가?
비록 행복했던 시간들을 되새겨보는 것이
때로는 가슴을 저미는 아픔이라 할지라도...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우리를 살아 숨쉬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안부는 묻는 게 도리일 것이다.
그래 우리 모두 슬픔에게도 안부는 묻자.
그러나 다가오는 새해에는
우리 모두
희망을 이야기하고
기쁨과 행복에게 더 자주 안부를 물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때로는 슬픔이란 녀석이 마음을 더 깊숙이 정화시켜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주는 아니다.
슬픔과 아픔은 양념처럼
기쁨과 행복은 일상으로 다가오는 새해였으면 정말 좋겠다.
그건 그렇고, 갑작스럽게 날이 너무 차다.
그런데 추우니까 겨울기분도 나고 나름 괜찮은 것 같아.
“안 그래?”
그래도 연말연신데 감기나 걸려서 콜록거리며 지내면 되겠어?
일단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새해를 맞아보세나^^
김세화의 “겨울이야기”
이숙의 “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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