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사람과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 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리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보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놓고 떠나라
- 김재진 시
화요일 같은 목요일,
세밑 추위가 제법 매섭다.
계절도 세월이 가는 게 아쉽긴 마찬가진가 보다.
가는 해,
가는 세월 붙잡으려고,
세월을 얼려서 동태로 만들어 붙들어두겠노라고
나름 맹위를 떨쳐보지만
설마하니 세월이 얼어붙기야 하겠느냐?
아서라!
붙잡지도 못할 세월 잡으려다가
생사람 잡을라.
그냥 겨울답게만 추워라.
겨울이니까 추워야겠지.
찬바람도 불고
눈발도 날리고
옷깃도 여미게 하는 게 겨울이지.
훈풍이 분다면 그게 어디 겨울이겠어.
그나저나 정말로 며칠 안 남았네.
눈길은 마지막 달력의 아래쪽을 향하고
왠지 달력 아랫부분이 촉촉이 젖어있는 듯하다.
어제는 친구들과 즐거운 모임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러 처리해야할 잔무를 마무리하려고
사무실로 돌아와 찬바람에 술기운도 날려 보낼 겸
잠시 가톨릭평생교육원 산책에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교정 운동장 끝에 서있던 튜립나무와 플라타나스 등의
수십 그루 거목들의 키가 삼분의 일 정도로 줄어 있었다.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왜 저 나무들을 잘라낸 걸까?
어쨌건 속이 많이 상했다.
몸통이 댕강댕강 잘려나간 거목들의 군상,
정말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금년 여름에 쓰러진 튜립나무 두 그루,
태풍이 분 것도 아닌데 수십년 묵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있었다.
그런데 나무덩치에 비해 병약하다고 할 정도로 뿌리는 너무 빈약해 보였다.
혹시 재해예방 차원에서 나무를 잘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뿌리 깊은 남간 바람에 아니 묄세”
뿌리 깊지 못한 나무들의 비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유가 어찌됐건
빈정이 상해서 당분간은 그쪽으로 발걸음을 하고 싶지 않다.
오호 애재라~~
그렇단 얘기다.
이 세상에 어디 영원한 게 존재하기나 하던가?
세월 따라 그렇게 변해 가는 거지...
한해가 가는 것도 아쉽고,
잘려나간 나무들의 모습도 애처롭다.
갑작스레 찾아온 찬 기운에 건강 유의하시고,
저물어가는 한해 마무리 잘 하세요^^
오늘 하루도 마음이 따사로운 날이시길...
홍난파곡 “옛 동산에 올라”
조용필의 “단발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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