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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서까래 2010. 3. 2. 01:22

이태진, 조동성 /  IWELL  

 

누가 누굴 쏘았나?

1909년 10월 26일 중국 북부의 하얼빈 역에서 울린 일곱 발의 총성…

안중근 장군에 의해 발사된 총탄은 이토 히로부미를 관통한 뒤 다시 그의 삶을 향해 날아든다.

 

대한의군 참모중장(大韓義軍 參謀中將) 안중근

우리나라 역사교과서들은 안중근을 의사(義士 :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로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일본이 안중근을 독립군 장군이 아닌 개인의 신분인 테러리스트로 격하시키기 위해 유도한 표현

이며 일제의 잔상이 반영된 것이므로 빠른 시일 내에 수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안중근 장군은 그가 밝힌 바와 같이 대한의군 참모중장 겸 특파독립대장의 신분으로 전쟁 중

작전을 통해 적장을 사살한 것이며, 군인의 신분이므로 전쟁포로로 대우해 줄 것과 국제법에 의한

군사재판을 요청한다. 그러나 일본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철저히 개인의 충동적인 복수에

의한 사건으로 몰아가며,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사건을 조기 종결시켜 버린다.

 

시모시자((是母是子 : 그 어머니에 그 아들)

안중근 장군이 옥에 갇힌 후 어머니 조 마리아는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장한 아들 보아라. 의로운 일을 해냈다.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가족의 자랑이요 겨레의

기쁨이 되었다. 이제 너는 죽을 것이다. 사형을 언도 받으면 항소하지 마라. 네가 벌한 이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는 없는 법.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로 생각지 마라. 작은 의에 연연치 말고

큰 뜻으로 죽음을 받아들여라.”

한마디로 정말 대단한 어머니시다. 이런 어머니가 있어 그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호부견자(虎父犬子 : 호랑이 아버지에 개 같은 자식)

조국의 자랑이 된 아버지 안중근으로 인해 그의 가족들은 어쩔 수 없는 핍박에 시달리게 된다.

그의 큰아들 분도는 7살 되는 해, 낯선 이가 건네 준 독이 든 과자를 먹고 독살을 당하고, 둘째

아들 준생 역시 서른이 될 때까지 변변한 직업 하나 가지지 못한 채 끼니를 겨우 연명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 이토 히로쿠니는 남은 가족의 생명에 대한 위협과 더불어

회유를 한다. 조건은 공개석상에서 아버지를 대신하여 자신에게 사죄를 하는 것이었다.

안준생은 생각한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한때라도 편하게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었지만, 삶에 대한 유혹은 달콤했다.

 

1939년 10월 16일,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은 박문사에서 이토 히로쿠니에게 사죄를 하고 미나미

지로 조선총독의 양아들이 된다. 이 일로 인해 그는 호부견자(虎父犬子)라는 비난을 받게 되고,

나아가 김구선생은 그를 암살해달라고 중국측에 요청까지 하게 된다.

 

비록 그는 아버지를 부정함으로써 물질적으로는 편안한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변절자로 낙인된

삶은 그의 자식들에겐 부끄러울 것이라 생각된다.

 

누가 안준생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지금도 친일파의 가문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대대손손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반면에, 독립

유공자의 가족들은 아직도 사회적 약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광복 이후 수십년이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채 수수방관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을 향해

뭐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과연 나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린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읽고 난 후 가슴 한켠이 막막해지는 느낌이 내 가슴을 뒤흔든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 보고 느껴봐야할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