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는 돌아오자마자 이런 사연을 방송에서 숨김없이 알렸다.
"마음껏 욕해 달라"고 했다.
그의 원정출산에 돌을 던지는 사람은 없었다.
3년 전 연예인 학력위조 파문 때는 중졸 학력을 고졸로
속여왔다는 게 드러났다. 그는 "가난해서 고등학교에 못 갔다.
나 자신과 팬들에게 정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때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난 몇십년
우리 사회가 혼혈인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다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인순이는 1957년 포천에서 태어났다.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는 그가 뱃속에 있을 때 떠나
다시 오지 않았다. 열네살 때까지
가끔 편지를 주고받다 소식이 끊겼다.
그런 그에게 작년에 '아버지'라는 노래가 들어왔다.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던/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얼마나 바라고 바라왔는지/
눈물이 말해준다….'
그는 이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를 단 한 번 본 적도 없으면서 아버지 심정을
노래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노래를 부르다
울컥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인순이는 1999년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앞두고
잔뜩 흥분해 신경성 장염과 위염으로
한 달을 고생했다. >
아버지의 나라에 가서 그가 어머니 힘만으로
얼마나 잘 자랐는지 보여줄 기회라고 별렀다.
지난주 다시 가진 카네기홀 공연에서 그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6·25 참전용사 100명을 모셔놓고 "여러분은 모두
제 아버지"라고 인사했다.
▶그는 작년에 '군인의 딸' 자격으로 공군대학에 특강을 나가
마지막 한마디로 강의실을 뒤집어놓았다. "외국에 파병 나가도
책임지지 못할 씨는 뿌리고 오지 마세요.
" 인순이니까 할 수 있는 얘기였다.
노래 '아버지'도 용기를 내 취입했다. 카네기홀 공연에선
"전쟁통에 나 같은 자식을 두고 떠난 뒤 평생 마음의 짐으로
안고 사는 참전용사들이 이제 짐을 내려놓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버지를 극복하고 용서와 화해를 건네는
그녀가 당당하고 아름답다.
로버트 부라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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