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천 (歸天)
-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
이 시는 삶에 대한 일체의 욕망과 집착을 초월한 무한한 자유 속에서 죽음에 대한 능동적이고 낙천적인 태도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떠한 장식적 수사나 기교도 배제하고 현실을 초탈한 삶의 자세를 간명하고 담백하게 표현함으로써, 사상과 형식의 유기적인 조화도 매우 잘 이루어져 있다.
이 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무엇보다 죽음에 대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은 공포의 대상도, 피하고 싶은 대상도 아니라, 죽음은 우리들의 본래의 자리이며, 이승으로의 소풍이 끝나면 돌아가야 할 본향인 것이다. 따라서 죽음은 서러움이 아니라 하나의 안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가 보여주는 미학은 '사라짐'의 미학이다. 그것은 인간과 우주가 본래적으로 같은 것이었음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자세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 '사라짐'의 모습은 아름답고 깨끗하다. 그러한 현실 인식은 곧바로 이승의 삶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지며, 무욕의 시선에서 삶을 바라볼 때, 비록 삶은 고달플지라도 그것은 아름다운 소풍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삶을 잠시 다녀가는 '소풍'이라고 인식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허무의식이 스며있기는 하지만, 이 시에 슬픔이나 비관적 인식은 결코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허무를 삶에 대한 달관과 명상으로 승화시켜 절대 자유의경지를 이루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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