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이 책을 보면서 처음엔 효재씨가 부러워 살짝 눈을 흘겼다.^^ 여자들의 로망이란 한마디로 족할 그녀의 사는 모습을 예쁘게 담은 책이다. 아주 천천히 야금야금 음미하며 보라고 사진과 여백을 두어 여유 있게 편집했다. 그녀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과 글을 보면서 남다르게 창조적으로 산다고 느꼈다.
성북동 길상사 옆 한복 숍 효재에서 손수 한복을 짓는다는 그녀, 그 동네를 가본 적도 없고 어디메쯤인지 가늠도 안되지만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누군들 요렇게 멋지고 폼나게 살고 싶지 않았겠냐만 물려받은 거 없고, 자기 능력으로 저런 걸 갖기도 어려운 사람이 보기엔 질투날 뿐이다. 우리도 젊은 시절 친구들과 더 나이 먹어서 멋진 집을 짓고 모여 살자고 했었다. 지금 그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하루 세끼를 걱정하며 아이 키우는 엄마로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조금은 부러워서 고운 눈길을 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았다는 그녀, 소풍날 비가 오면 더 좋았고 운동회 날 달리기 하기 싫어서 스스로 코피를 터뜨렸다는 어린시절 이야기는 놀라웠다. 현재의 단아한 모습에서 그런 유년기를 떠올리긴 어렵지만, 뭔가 남다른 구석이 있었기에 이런 삶을 사는구나 이해가 된다. 어려서부터 인형옷을 뜨고 싶어 문에 담요를 치고 촛불을 켰다는 그녀는 지금도 인형옷을 뜨며 산단다. 그녀가 아이를 못 낳아서 내 아이 낳아 키우기보다 인형을 어루만지며 사는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데 짠한 마음도 들었다.
손수 말린 온갖 나물과 호박, 무말랭이, 고춧잎, 무청시래기를 보자기로 곱게 싸서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안긴다는 그녀만의 특별한 선물은 감동이었다. 여기선 정말 흘긴 눈을 접고 천상 여자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건 환경이 주어져도 게으른 사람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패트병을 잘라서 곡식을 담아 두는 살림법은 그녀가 하니까 멋져 보이지, 없는 사람이 저렇게 해놓으면 궁상맞아 보인다. 그녀의 멋들어지고 우아한 집에는 아무 것이나 혹은 재활용품을 놓아도 빛이 난다. 총각김치 하나에 오이, 당근, 고추, 상추만으로 밥상을 차려도 멋져 보인다. 있는 자의 여유로움이란 이런 것이다. 저 밥상이 너무 맛나 보여서 퇴근 길 약국 앞에 쪼그려 앉은 아주머니에게 호박, 오이, 가지, 고추, 상추, 피망까지 만원의 행복을 사왔다. 저렇게 저녁상을 차려 나는 두 그릇이나 먹었지만 막내는 먹을 거 없다고 간장게장을 꺼내 비벼 먹더라.ㅜㅜ
책 곳곳에서 그녀가 사는 법을 보면서 천상 여자라고 느꼈지만, 어려서 본 풀꽃들을 수놓고 빗자루 손잡이까지 뜨개질로 씌워 놓은 걸 보곤 감탄이 나왔다. 저 빗자루를 보면서 그녀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예쁘게 가꿔간다는 느낌이 화악~ 들었다.
천재, 괴짜, 기인, 온갖 수식어가 붙는다는
별난 남편 이야기, 중매로 만났는데 그 남자가 부탁한 건 세 가지인데 효재씨는 가슴으로 다 알아 들었단다.
첫째, 날 그냥 내버려둘 것
둘째, 원할 때 찬 물을 줄 것
셋째, 돈을 벌지 않겠다. 거지도 죽을 때까지는 먹는다. 그러므로 나는 먹기 위해서 돈을 벌지는 않겠다
이 부부 자식이 없으니까 저렇게 살 수 있지, 아이 하나 둘 있으면 과연 먹고만 살 수 있을까? 저런 삶을 추구하고 동조한 부부였으니 아이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아둥바둥 살아도 자식 낳고 사는 게 더 좋단 말이다.^^ 효재씨가 제아무리 멋지고 폼나게, 여자들이 부러워할 삶이라 해도 난 하나도 안 부럽다. 자식 낳아 키우며 부모 마음도 알고, 돈없어 해주고 싶은 것 다 못해주는 안타까움도 경험하고, 악다구니 써가며 싸우는 평범한 삶이 더 좋단 말이다.
효재씨 당신 말대로 나이 오십이 되니 평화가 좋다는 것에 동의한다. 효재씨가 사는 방식이 부럽다거나 나도 그렇게 살아보겠다고 흉내낸다면 내 마음엔 이미 평화가 깨질 것이다. 당신의 삶이 우아한 듯 좋아보여도 내게는 평범한 삶이 더 맞다고 생각해 마음의 평화가 깨지지 않는 걸 보니, 내 나이도 오십이 맞긴 맞나 봅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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