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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춘 :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로 봄이 시작되는 때
시 기 : 24절기 가운데 첫번째 절기 (2010년 2월 4일)
풍 속 : 대문기둥이나 대들보, 천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입춘첩을 붙인다.
입춘날 농가에서는
대문이나 집안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같은 입춘첩(立春帖)을 써붙인다.
여기에는 한 해의 무사태평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더불어 어둡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었음을
자축하는 뜻이기도 하다.
봄을 상징하는 입춘은 24절기 중
첫째로 새로운 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예부터 입춘절기가 되면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를 한다.
아낙들은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 내고
남정네들은 겨우내 넣어둔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며
한 해 농사에 대비했다.
소를 보살피고,
재 거름을 부지런히 재워두고,
뽕나무밭에는 오줌을 주고
겨우내 묵었던 뒷간을 퍼서
인분으로 두엄을 만들기도 한다.
바야흐로 바빠지기 시작하는 철이다.
일년 농사의 시작이 이제부터이기 때문이다.
또 이날 내리는 비는 만물을 소생시킨다 하여 반겼고,
입춘 때 받아둔 물을 부부가 마시고 동침하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입춘한파'니, '입춘 추위 김장독 깬다.'고
간혹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 봄을 시샘하기도 한다.
올해도 입춘추위가 잊지 않고 찾아주었다.
동면하던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驚蟄)이 지나야 봄이라 할 수 있는데
한 달이나 빨리 입춘(立春)을 만들어 놓았다.
여름이 오기 전에 입하(立夏)를,
그리고 입추(立秋), 입동(立冬)도 만들어 놓았다.
사계절만 만들면 될 텐데
24절기를 만든 선조들의
슬기와 여유가 너무 멋지지 않는가.
또 동구 밖에 장승을 세워놓아
잡귀를 못 들어오게도 하고,
동네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의
옷차림과 마음을 추스르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동양화의 특징이 여백이듯이
우리 선조들은 지금처럼 빨리빨리가 아닌
여유가 많은 민족이었으리라.
아무리 바빠도 뛰어가지 않았다는
양반들의 자존심과 씨를 뿌리고 나서
알곡이 익기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우리 민족의 끈기와 여유로움을 본다.
뜸을 들이는 기다림이 있어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고,
술도 익는 시간을 거쳐야
질 좋은 술을 빚을 수 있다.
이렇듯 모든 면에서 서두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넉넉한 겨레였는데…….
아직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데
동장군이야 때가되면 물러갈 테지만.
마음속의 봄은 언제 올런지...
경인년 새해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운수대통, 대길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