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총각 때 한 번씩 그럴 수 있는 거지,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나와 보라고 해. 그런 남자 찾으려면 차라리 머리 깎고 절로 가거나 수도원에 들어가는 게 낫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들의 사생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 결혼 전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열 여자 싫다는 남자 없다’라는 말이 있던가. 어느 날인가 남편이 자기 후배 하나가 유흥가를 전전하며 아가씨를 만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불쌍한 녀석, 빨리 결혼을 해야 할 텐데” 하며 혀를 차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흥분해서 소리를 쳤다.
“아니 결혼 전에 막 그렇게 아가씨들을 만나고 다니는 게 뭐가 불쌍하다는 거야. 미래의 신부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그랬더니 남편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그럼 결혼도 안 한 총각이 긴긴 주말을 무얼 하며 보내냐. 그런 건 이해해야지. 나름대로 풀어야 살지 남자들은 여자들하고 다르잖아.”
“그럼 뭐야. 자기도 결혼 전에 그런 생활을 했단 말이야?” 있는 대로 도끼눈을 하고 남편을 째려보았지만 뻔뻔하고도 무심하게 눈도 마주치지도 않고 “누가 그렇대 미쳤어? 헤헤” 하고는 웃어넘긴다. 하긴 확인해 봤자 내 속만 쓰리지. 나를 만나기 전에 누굴 만났든 그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리. 그래도 남편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 너무 괘씸하다.
인격과 성(性)격
한 여성이 결혼을 해서 한 남성과 일상을 함께 하다 보면 그들이 가진 솔직한 성에 대한 내면의 소리까지 듣게 되어 적잖이 충격을 받게 된다. 겉으로는 멀쩡한 외모에 예의 바르고 성실한 생활을 하는 보통 남자들이 성에 관한 한 방탕하기 그지없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성적으로 방탕하다는 판단은 개인마다 기준이 다르니 누가 누구를 평가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낮에는 의사, 변호사, 비즈니스맨, 교사 등 멋진 직업인으로 활동하다가 밤만 되면 유흥가에서 여자를 사거나, 은밀히 만나고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눈과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부적절한 성행위를 즐기기도 한다면 필자와 같은 아줌마들은 놀래 자빠질 일이다. 그게 사람이냐 짐승이냐, 하며 흥분해서 무식한 아줌마 소리를 듣기 일쑤다.
그럼 유식한 사람들은 이럴 것이다. 그것은 개인적인 사생활이며 특히나 성생활에 대해서는 도덕성을 거론하는 것에 예민한 문제라고. 사회가 터부시하는 원조교제나 불륜관계를 맺어 가정이 파탄하는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개입은 금기된다.
“당신 친구하나 소개해줘.”
며칠 전에 말한 그 후배가 결혼을 하고 싶다고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했단다.
“누구, 그 사생활 지저분한 후배?”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지저분하다니?”
“자기도 참 어떻게 그렇게 당당히 나한테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할 수 있어? 당신 같으면 그런 남자한테 당신 여동생 소개해 주겠어?”
“내 여동생을 왜 소개시켜? 그리고 남자가 총각 때 한번씩 그럴 수 있는 거지,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나와 보라고 해. 그런 남자 찾으려면 차라리 머리 깎고 절로 가거나 수도원에 들어가는 게 낫지.”
사실 남편이 이런 말을 꺼냈을 때 피가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쳤다. 지난밤에 남편이 침실에서 그 후배가 하고 다니는 사생활에 대해 낱낱이 다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주말에 만나는 여자가 따로 있고, 주중에도 술자리를 가지면 그때마다 자리에 데리고 나오는 여자가 다르다고 했다. 게다가 그 여자를 대하는 태도도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민망해서 꼭 포르노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도 솔직히 약간은 흥미진진해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마 그때의 내 모습이 남자들의 그런 성향을 널리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미안하지만, 친구 소개는 불가능 할 것 같다. 나중에 그 친구 얼굴을 어떻게 보라고.”
“너무 그러지 마. 여자라고 다를 것 같아? 똑같은 인간이야.”
‘똑같은 인간이라고?’
벽에 부딪힌 엄마, 아내의 性
여성들은 결혼 후 지극히 도덕적인 인간으로 탈바꿈되는 경향이 많다. 그녀들도 결혼 전에는(솔직히 남자들 나무랄 자격은 없을지도 모른다) 자유분방한 성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엄마, 아내의 자리에 서면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순간처럼 세상이 밝아지고, 사리 분별이 생기는 모양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먼저 성에 대한 옳고 그름을 가르쳐야 하며, 올바른 생활 자세를 지도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면서 그녀들의 성 가치관은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여자이기 보다는 엄마이며,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반면에 어찌 보면 남성들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화들짝 놀래 성인군자처럼 구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거북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그들 눈에는 결혼한 여성의 성은 폐쇄적이 되고, 지나치게 도덕적이 되어 소극적인 자세로 바뀐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 친구의 사생활이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친구를 버릴 수 없는 걸 이해해줘. 그건 그 친구의 개인적인 생활이며, 나와의 우정과는 별개이니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남자들은 이 문제에 관한 한 대부분 이렇게 결론을 짓는 것 같았다. 그 친구가 어떤 여자를 만나서 어떻게 방탕한 성생활을 하던지 그건 그 친구의 사생활이라는 것이다. 그런 건가? 우리 여자들은 만일 친구가 그런 생활을 한다면 당장에 그만두라고 조언하거나, 계속 그렇게 살 거면 더 이상 너와 친구 사이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할 텐데. 타인의 성생활에 우리는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고, 어디까지 조언해줄 수 있을까?
남자들의 사생활
남자들의 사생활은 특별하지 않다. 그건 그냥 인간의 사생활일 뿐이며 개인사일 뿐이다. 그들이 외장하드 가득하게 포르노 동영상을 수집하고, 클럽에서 여자를 사는 것은 이 세상 그 어떤 여성에게도 이해 받을 수 없는 행동이지만, 우리는 접어두고 가야 한다. 그런 행동들을 이해하고 인정해서가 아니라, 그 어떤 설명으로도 이해시킬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남편만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눈에 불을 켜신 분이 있다면, 물론 그 남편은 절대 그렇지 않기 때문일 거라고 믿자. 그것이 부부생활에 평화를 가져다 준다면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시대를 거듭하면서 변하지 않는 부부트러블의 원인이 그것이듯이, ‘인정하다’가 아닌 ‘접어두자’로 결론짓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