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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즐겨요/아름다운 풍광

서울야경 7선

서까래 2010. 2. 25. 10:54
 
 
부지런히 달려 어느새 세밑. 삶은 고단하지만 밝고 따뜻하고 싶다. 추운 겨울에도 온기를 잃지 않은 서울의 훈훈한 밤 풍경을 담아왔다.
낭만적이고 역동적이며 때로 정겨운, 우리를 닮은 서울 야경 스폿 7.
 
 
 
택시 기사들도 종종 헷갈려 하고, 업그레이드한 지 오래된 내비게이션이라면 위치를 알려주지 못하는 서울 시내 숨은 명소 와룡공원. 이름은 공원이지만 막상 간판을 보고 내리면 언덕 끝에 장소를 알리는 작은 정자 하나가 서 있고 그 왼편 아래로 옛 모습을 온전히 간직한 서울 성곽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서울 성곽은 조선시대에 세워진 석조 도성(都城)으로 옛 조선의 역사이자 서울의 상징이기도 한 문화재. 오랜 세월 동안 전쟁 등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많은 부분 소실되고 현재 일부가 삼청동, 성북동, 장충동에 남아 있다. 성곽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북악산과 지붕을 드러낸 정겨운 주택가가, 왼쪽으로는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찬 번화가가 대조적으로 펼쳐지는데 해가 지는 저녁 시간부터 성곽과 집, 건물들에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하면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현재와 과거, 빈티지와 모던한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면 피로와 시름도 잠깐 잊고 다른 시공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와룡공원에서는 근사한 전망대나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커피숍은 포기하자. 종이컵으로 테이크아웃을 할 수 있는 트럭찻집에서 따끈한 건강차 한 잔 마시며 낭만적인 겨울밤을 즐겨야 제맛이다.
 
가는 방법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삼청터널 방향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마전터가 나오고 표지판을 따라 와룡공원까지 걸어갈 수 있다. 성북동 길에서 덕수교회 방면으로 가다가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이 삼청터널 방면, 왼쪽이 와룡공원 방면.
감상 포인트 늦은 오후에 성곽 투어를 시작해 한두 시간 산책 후 공원에 도착하면 쌀쌀한 날씨에도 등줄기에 땀이 맺힌다. 야경을 감상한 뒤 북악스카이웨이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해도 좋고, 삼청동이나 성북동의 운치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즐기는 것도 멋진 코스.
 
 
 
올 한 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분주했던 곳을 꼽자면 광화문광장이 아닐까. 6백 년 역사를 지닌 서울의 중심 거리가 2009년 새롭게 태어났다. 왕복 16차선 도로가 인간 중심의 공간으로 조성되어 시민에게 개방된 것. 차가운 콘크리트 대신 풀과 꽃으로 덮였고, 물길과 바닥분수 등이 마련된 도시 공원으로 바뀌었다. 경복궁과 북악산을 병풍 삼은 광장에 서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의 넉넉한 품에 안긴 듯 편안한 느낌이 든다. 음악이 나오는 벤치에 앉아 매일 밤 멋진 분수쇼를 감상할 수도 있다.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널찍한 해치마당에서는 계단에 앉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요 관공서와 빌딩 등 고층 건물과 차량, 광장의 조명이 만들어내는 불빛으로 도시는 밤늦도록 잠들 줄 모른다.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서면 달라진 서울 풍경에 새삼 감탄하게 될 것이다. 야경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도시 상하이와 견주어도 당당하고 매력적인 도시 ‘서울’이 당신 것이니.
 
가는 방법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교보문고 쪽에서 해치광장으로 바로 나올 수 있다.
감상 포인트 공사를 알리는 광화문 차단 벽면의 라이팅부터 시내 방면으로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뷰가 멋지다. 여러 가지 색으로 뿜어져 나오는 바닥분수는 포토제닉한 공간. 가족, 친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꼭 찍자.
 
 
6백 년 전,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는 등놀이가 성황을 이루었다.
당시 주요 관등놀이터였다는 청계천. 2009년 겨울, 청계광장에서 삼일교까지 이어지는 청계천에 다시금 불빛이 밝혀졌다. 2010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대표 도시로 서울이 선정된 것을 기념해 마련한 세계등축제가 지난 11월 11일 열려 22일까지 이어지는 것. 베트남, 터키 등 세계 각국의 전통 등은 물론 피라미드, 피사의 사탑 등
세계 불가사의로 꼽히는 명소 그리고 한국을 상징하는 12지신 등이 멋진 불빛으로 다시 태어났다.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구성진 춤사위를 펼치는 풍물놀이패의 흥겨운 공연과 잔잔한 곡조를 울리는 가야금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황금빛 물결이 수놓인 청계천 모습을 담아왔다. 물 위로 흐르는 빛을 따라 산책하는 겨울밤이 포근하고, 낭만적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12월 11일부터 2010년 1월 17일까지 청계천을 포함, 광화문 일대에서 ‘서울 빛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광장, 주요 건물, 청계천 일대에서 진행되는 빛의 미술 작품 전시와 조명쇼 등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도심의 밤을 만끽할 수 있다.
 
가는 방법 시내버스는 서울신문사, 교보빌딩 앞 정류소, 지하철은 1호선 종각역 4·5번 출구, 2호선 감상 포인트 을지로입구역 2·3번 출구, 1·2호선 시청역 4번 출구,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청계천 인도를 거닐며 내려다보는 개천 따라 이어지는 불빛, 물 위에 은은하게 반사되는 피사체.
 
 
 
전통적인 스타일의 상점과 트렌디한 한옥 레스토랑, 다양한 작가들의 갤러리로 서울의 대표적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는 삼청동길. 물건도 구경하고, 차와 식사도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걷기 좋은 삼청동길의 백미는 해가 진 뒤의 저녁 시간이다. 길 따라 늘어선 한옥 상업 공간들에서 내뿜는 특유의 소박한 온기는 이곳의 밤 풍경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
사람을 압도하는 큰 건물 없이 키 낮고 자그마한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들어내는 거리 모습이 더없이 정겹다.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노란 불빛은 기와와 나무로 마감한 한옥 건축과 어우러져 특유의 정서를 품어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마음이 분주해지는 연말, 사랑하는 이들과 저녁상을 마주하고 모여 앉으면 지난 일의 아쉬움도 절로 희망으로 바뀐다. 행복한 이야기로 깊어가는 겨울밤, 당신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온기, 그 자체가 멋진 야경이다.
 
가는 방법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정독도서관 방면으로 걷다 삼청파출소 쪽으로 나가면 삼청동길 초입과 만난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국립한국박물관 정문 방향.
감상 포인트 한옥 불빛들이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즐거움, 달그락거리는 설거지 소리까지 들리는 골목길의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며 산책하기.
 
 
 
볼거리, 먹을거리, 인정이 푸짐한 곳의 으뜸은 단연 재래시장. 서울 시내 재래시장의 원조, 광장시장의 먹을거리 장터는 서울의 색다른 밤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장소이다. 오후 7시 이후면 영업을 끝내고 썰렁해지는 광장시장 골목. 그러나 먹을거리 장터가 시작되는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사방으로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지는 널찍한 공간에 빼곡하게 들어선 식당과 노란 알전구 아래 어깨를 맞대고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푸짐하게 쌓여 있는 음식 등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1백여 개 가게가 있지만 가격 흥정이나 메뉴를 따질 것 없이 어디에 앉아도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1만원에서 1만5천원이면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시원한 막걸리도 한 잔 할 수 있어 더없이 흥겹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의 발길도 잦아 해외 나이트 바자에 온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청계천과 연결되어 산책을 마치고 들르거나 입 심심한 겨울밤 가족과 함께 야참 나들이할 장소로 권할 만하다.

가는 방법 청계다리나 마전교로 올라오면 광장시장 표지판이 보인다. 종로5가 광장시장 버스정류장,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2·5호선 을지로4가역.
감상 포인트 거대한 포장마차를 연상시키는 노란 불빛이 가득한 시장, 한국 사람보다 더 자연스럽게 막걸리와 파전을 시켜놓고 서울의 밤을 즐기는 외국인들 모습.
 
 
동서남북으로 서울 시내를 잇는 다리 24개 중 특히 야경이 멋진 곳으로 꼽히는 마포대교. 마포구 용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잇는 다리로 가위 손잡이와 닮았다 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일명 ‘가위다리’라고도 불린다. 달빛무지개분수의 반포대교, 태극무늬를 형상화한 동호대교, 은은한 멋의 한강대교에 비해 단출하지만 수수한 빛을 내는 것이 매력이다. 밤에 보는 도시는 제 개성을 더욱 드러내게 마련. 도시 중심을 관통하는 널찍한 강과 강 너머를 잇는 대교, 대교를 잇는 도로의 치밀한 연결고리가 만들어내는 서울의 밤 풍경은 대한민국이 지닌 역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광경이다. 하루해가 저물고 어둠이 깔리기 전,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본 마포대교 풍경은 가슴이 뜨거워질 만큼 아름답다. 부지런히 일하고 집으로 향하기 시작하는 퇴근 시간대. 차량 행렬이 만들어내는 황금색 빛줄기에서 일상의 저력이 느껴진다.
 
가는 방법 지하철 5호선 마포역 4번 출구로 나와 마포대교 북단을 향해 인도를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강변한신코아. 이곳에서 마포대교의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감상 포인트 서울시에서는 한강대교, 잠실대교, 한남대교, 동작대교, 광진교에 전망대를 설치해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아도 한강과 서울 시내 주요 다리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서울 도심을 이루는 4개 산과 8경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울의 명소, N서울타워. 주변에 있는 한옥마을, 안중근기념관, 남산도서관, 삼순이 계단,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등 관광 명소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 남산 지도 한 장을 들고 하루 코스로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남산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보았다. 통신탑을 거쳐 N서울타워 서남쪽에 있는 루프테라스에 주렁주렁 걸려 있는 자물쇠 울타리 너머로 보는 서울 시내 모습은 에펠탑이 있는 파리가 부럽지 않다. 멀리 63빌딩까지 보이는 서울 시내 전경은 시선을 두는 곳마다 그림이다. 해질 무렵에 올라가면 해가 기울기 시작해 완전히 질 때까지 시시각각 다채로운 모습으로 물드는 서울의 비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가는 방법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2번 출구,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 앞에서 02번 노란색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N서울타워에 오를 수 있다. N서울타워 홈페이지(www.nseoultower.co.kr)에서 경로, 요금 등 자세한 설명을 참고하자.
감상 포인트 붉게 물든 노을이 어둠에 밀려 땅에 걸리면 갑자기 속도를 내며 채워지는 수많은 노란 점들. 이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이다. 어두워질수록 N서울타워는 화려해진다.
 
 
 
기사제공 우먼센스ㅣ기획 김일아, 이경현 기자ㅣ사진 박충효, 김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