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글(2010. 5. 17)**** (주말, 청평 지난 가평의 어느 곳, 강과 접한 산자락에서 놀았습니다.
가볍게 후기를 적어 감기는 다 나았고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립니다.)
배산임수, 산을 등지고 강을 마주한
퇴락한 고택의 대청 우물마루에,
대금이 안쪽에 늘어앉고
거문고가 마당에 나란하고

*** 두번째 글(2010. 5. 18)*** 엊그제 일요일 새벽이 오기 직전인 4시 30분 정도부터
새벽의 빛이 올 때까지 강가에 앉아 물새들을 만났습니다.
사물이 식별이 곤란한 희미한 어둠 속에서
제일 먼저 본 것은 꿕~ 꿕~ 황소개구리처럼 강 맞은편에서 울던 녀석인데
어둠에서 날아와 첨벙 강에 내려앉는데 보니 오리더군요.
다음은 짝 지은 왜가리가 왝~ 왝~ 거리며 강을 거슬러 훨훨 날아가고
그 다음엔 백로 몇 마리가 아주 높은 하늘을 가로 지르더군요.
그 때에야 알았습니다, 새 중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는 것은 물새들이라는 걸요.
일반 새들은 어둠의 길을 갈 수가 없지만
물새들은 달빛에 반사된 물길을 따라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홀로 느낍니다.
어둠이 걷히자 강가에서 대금을 불었는데
그 소리가 아름다웠는지 아니면 듣지 못했던 새소리로 들렸는지
멧새가 날아와 소나무가지에서 한참을 같이 울어주다 날아갔고,
근처 숲에서 울던 뻐꾹새의 울음이 그치더니
내가 기대어 대금을 불던 은사시나무에 웬 새가 날아와 앉는데 보니
비둘기 비슷한데 길이는 더 길고 몸매는 날씬한 것이
배는 하얗고 등은 검회색으로 틀림없는 뻐꾸기였습니다.
대금 부는 동안 가지에 머물더니, 대금 불기를 멈췄더니 이내 날아가더군요.
원래 뻐꾹새는 사람을 멀리해 눈에 잘 띄지를 않는데 이리 친히 강림해주다니...
첫경험을 하던 새벽은 황홀했습니다.
홀로이기에 가능했던 자연과의 교감과 동화.
지식을 버려 텅 빈 가슴으로 자연을 담고
티끌 벗긴 눈으로 사물을 그려내니
나와 타물이 다르지 않아서
사물과 내가 다 같은 物我一體의 경지를 느꼈으니
장자가 하늘에서 미소를 지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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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조금 바삐 살아야하니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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