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령산 야생화
축령산에 도착하자 입구의 단풍나무가 늦가을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제 막 시작한 봄의 향연인 신록과 잘 어울린다. 단풍나무도 붉은 게 있고 초록인 것이 있다. 끄트머리에 분홍빛의 열매가 갓난아이의 볼처럼 매끈하고 부드럽다.
등산로에는 나무잎이 울창하여 햇살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등산로를 따라 걷는 내게 눈에 띈 새싹이다. 우거진 나무사이를 뚫고 들어와 빛을 선사하고 있다. 어찌나 색상이 예쁜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아름다움이란 거창한게 아닌가 보다. 햇살 한 줄기와 미풍에 살랑거리는 잎새 하나에서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서리산 정상에 굉장히 큰 철쭉나무가 특히 인상적이다. 서리산 정상에서 철쭉동산쪽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팔굵기만한 철쭉들이 터널을 이루었다. 그 사이를 허리를 굽히고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
정상 근처에 몇 그루의 조팝나무 꽃이 한창이다. 이 높이까지 벌이 날라와 꿀을 따고 있다.
축령산 정상에서 만난 나비.
축령산 정상에서 내려오던 중 만난 예쁜 아이다. 등산로를 벗어나 숲으로 걸으며 벌깨덩굴을 찍는데 집사람이 불러 가보니 분홍꽃이 한두 개 피어있었다. 햇살이 들어오는 순간 찍었는데 모두 바람의 방해를 받았다. 겨우 이 사진 하나만 그럭저럭 괜찮다.
곳곳에 보였으나 햇살이 잘 들지 않는 곳에 피어있어 카메라로 잡기가 쉽지 않다. 물론 내 카메라의 한계와 실력부족 탓이겠지만…
꽃향기에 취한 여치 한 마리가 꽃 속에서 한낮을 즐기고 있다. 긴 수염을 이리저리 흔들며 여유를 부리는 것만 같다. 꽃 속에 있으니 행복하겠지?
목련과 낙엽성 교목으로 산목련이라고 부르며 고개를 숙인 큼직한 꽃이 6~7월에 핀다고 한다. 하산하는 도중에 본 이꽃은 물이 흐르는 계곡가에 위치하여 오가는 사람들의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향이 얼마나 진한지 주변은 온통 이 꽃향기로 흥건했다.
야생화가 절정인 시기는 약간 지났지만 나무 아래나 습한 곳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야생화가 많았다. 식물도감이라도 들고갔으면 더 많이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형태가 이상하거나 특이한 것들이 참 많았는데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희귀식물들의 보고 같이 느껴졌다. 중간중간에 삽이나 괭이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많이 캐간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두릅나무는 거의 다 죽어가고 있었다. 나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생장점 하나 정도는 남겨놓아야 하는데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어 매년 시달림을 당하다가 커보지도 못하고 말라죽는 것 같다. 서리산 절골까지 차량이 들어오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산나물을 채취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좀 더 이른 봄에 왔으면 더 많은 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 정도로도 대만족이다. 한국 산하의 아름다움도 정말 대단하지만 그곳에 서식하는 야생화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귀한 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보다 아끼고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래오래 두고 볼 수 있도록….
Brian Crain - Spring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 금 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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