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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햇살처럼 가족방/금연의 추억

꽃피는 춘삼월이 왔건만......

서까래 2011. 3. 7. 00:35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문구는 모두들 알고 계시리라 사료됩니다만

시절이 하 수상하여 춘삼월을 맞았으되,

봄을 못 느끼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아

춘래불사춘의 유래에 대해 한번 올려봅니다.

아시는 내용이더라도 잠시 머리도 식히시고

심심풀이 삼아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중국 4대 미인은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라고

중국 사람들이 규정하고 있는데,

4대 미인을 한마디로 표현해서

沈漁落雁(침어낙안), 閉月羞花(폐월수화) 라고 한답니다.

 

 

 

물고기로 하여금 부끄러워 물밑으로 숨게 만들었다는

월나라 미인 서시의 미모는 沈魚(침어)이고,

 

거문고 타는 모습에 반한 기러기가 날갯짓을 멈춰 떨어졌다는

왕소군의 미모는落雁(낙안)이며,

 

고개 들어 달을 보자 달도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는

초선의 미모는 閉月(폐월)

 

그리고 꽃을 건드리자 꽃도 잎으로 가리며 부끄러워했다는

양귀비의 미모는 羞花(수화)라고 한다네요.

 

 

 

제가 뜬금없이 중국4대 미인을 들먹인 것은 춘래불사춘이라는 시귀(詩句)가

왕소군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왕소군은 漢나라 원제(元帝) 때의 궁녀로 절세의 미녀였지요.

원제는 후궁들이 많아 일일이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모연수(毛延壽)라는 궁중화가에게 후궁들의 초상화를 그려 바치도록 하여

마음에 드는 후궁을 낙점하여 침소에 들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궁들은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면서 잘 그려주도록 간청하였는데,

 

왕소군만은 뇌물을 주지 않아

모연수는 그녀의 얼굴을 매우 추하게 그려 바쳤으므로,

황제는 왕소군을 곁에 두지 않았지요.

아니, 아예 왕소군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해야겠지요.

그러던 중 흉노족의 왕 호한야(胡韓耶)가 한나라의 미녀로 왕비를 삼기를 청하자,

황제는 추녀로 잘못 알고 있던 왕소군을 그에게 주기로 하지요.

왕소군이 흉노로 떠나는 날 처음으로 왕소군을 실제 보게 된 황제는

격노하여 모연수를 죽여 버립니다.

 

 

 

그리하여 절세의 미모를 지녔음에도 불행히도 왕과 마주할 기회를 얻지 못해,

오랑캐의 땅으로 떠나는 왕소군의 가련함과 슬픔을 읊은 이태백의 시가 있고

 

<昭君怨>(소군원) - 이백

昭君拂玉鞍 (소군불옥안) 소군이 옥 안장 추어 올려

上馬涕紅頰 (상마체홍협) 말에 오르니, 붉은 두뺨에는 눈물이 흐르네.

今日漢宮人 (금일한궁인) 오늘은 한나라 궁녀이지만,

明朝胡地妾 (명조호지첩) 내일 아침 이면 오랑캐 땅 첩이 되는구나.

 

그리고 春來不似春이라는 문구는

변방에 끌려가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애끓는 그리운 마음 때문에

시들어 가는 왕소군의 애끓는 모습을 묘사한

시인 동방규의 昭君怨(소군원)이라는 제목의 시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昭君怨>(소군원) - 동방규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自然衣帶緩 (자연의대완) 자연히 옷 띠가 헐렁해지니

非是爲腰身 (비시위요신) 이는 허리 몸매 위함이 아니었도다.

 

이처럼 졸지에 오랑캐 땅으로 끌려가 흉노족 왕의 첩이되어

고향산천을 그리워하며 말라 시들어 가는 천하절색 왕소군의

애절함을 표현한 시인데,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봄이 온들 어찌 봄날의 흥취를 느낄 수 있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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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절기의 변화를 느끼기도 전에 훌쩍 스쳐 지나가는 가을을 보며,

가을은 왔으나 가을 같지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문득 춘래불사춘이란 문구가 떠올라 지인에게 멜로 보냈던 내용인데,

 

만물이 소생한다는 이 봄에 이 시귀를 다시 떠올림은

이역 땅에서 만화방창하는 따사로운 봄이 찾아와도

봄을 느끼지 못하며 애통해 했을 왕소군의 처지나

봄날의 따스함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네 서민들의 

처지나 크게 다를바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고향의 봄을 느끼지 못하고 머나먼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왕소군의 가련함과 애달픔은 재론할 여지도 없지만,

천하의 절색을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오랑케에게 상납한

한나라 원제는 천불이 나서 줄 담배를 피워대지 않았을까요? ^?^...

 

우리 동지님들 중에도 아직 금단이와의 전투에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계신 분들은 아마도 이 봄이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보다도 

혹독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도 일각이 여삼추처럼 느껴지시겠지요.

 

하지만  눈폭탄에 매몰된 강원도 산골에도 분명 봄은 찾아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따사로운 봄기운이 듬뿍 스며들기를 기원해 봅니다.

특히 한귀와의 싸움에 힘겨워하시는 동지님들,

혹독한 겨울이 지나야 화사한 봄날이 오지 않던가요?

빠른 시일내에 봄다운 봄을 느끼시길 기원해 봅니다.

 

사실은 일요일인 어제 봄을 조금 더 빨리 느끼고 싶어

사는 곳 보다 조금은 남녁에 있는 영암 월출산을 찾았습니다.

천황봉주변엔 아직 잔설과 고드름이 남아 있었지만,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명산의 태동이 느껴지더군요.

산행객들의 발걸음이나 표정에서도 봄기운을 접할 수 있었구요.

봄, 봄, 봄......

봄은 아마도 우리의 마음에서 부터 시작되는게 아닐까요?

봄은 어쩌면 행복과 동의어일 겁니다.

춘래불사춘은 이웃집의 일일 뿐이고,

봄날의 행운은 여러분 겁니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행복을 꿈꾸세요!!!

해피!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