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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중앙일보] 출판계 파워저자 10인

서까래 2010. 1. 18. 22:43

단군도 포기한 불황이라는데 … 썼다 하면 기본 10만 부

출판시장이 유례없이 어렵습니다. 해마다 단군 이래 불황이란 신음이 나왔지만 지난해부터 유난히 힘들어 ‘단군도 포기한 불황’이라는 비명이 나옵니다. 하지만 “1만 부 이상 팔리는 책은 신이 점지한 책”이란 서글픈 우스개가 나오는 이 ‘난세’에도 내는 책마다 10만 부가 훌쩍 넘게 팔리는 ‘힘 센’ 국내 필자들이 있습니다. 우리 문화계의 힘을 보여주는 열 명의 저자를 뽑아봤습니다.

김성희 기자


최근 출판계에 경사가 있었다. 번역서가 판치는 마당에 각종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10위 안에 공지영 작가의 책 두 권이 오른 것이다. 우리 문화계의 저력을 보여준 듯해 뿌듯해지면서 도대체 고정 독자층이 있는 저자들은 누굴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2000년 이후 우리 독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를 잇따라 낸 ‘파워 저자’ 10명을 꼽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식 통계가 없었다. 궁리 끝에 교보문고와 인터넷서점인 예스24, 인터파크에 자료를 요청했다. 이 세 곳이 우리 출판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적어도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이곳들도 이런저런 사유로 2004년 이후 5년간의 자료만 쉬 뽑을 수 있다고 해 이를 바탕으로 했다. 미진한 부분은 한 대형 출판사에 “여건이 허락한다면 욕심나는 국내 저자를 스무 명만 꼽아 달라”고 요청해 그 명단을 반영했다.

이렇게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표를 참조하되 저서 수와 판매량을 함께 고려해 20여 명의 국내 인기 저자 명단을 작성했다. 그런데 약간은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널리 알려진 저자, 출판사들이 원고를 받으려고 줄을 선다는 필자가 빠졌는가 하면 그간 신문기사로 도통 다뤄지지 않았던 책의 저자가 포함됐다.

이를 ‘보정(補正)’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이 적지 않았다. 베스트셀러를 한 권만 낸 저자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다 싶어 제외했다. ‘저술 모임’도 뺐다. 인물 중심 조사였기에 좋은 아동서를 내는 기획집단 ‘햇살과 나무꾼’이 빠졌다. 이와 함께 아동서 저자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는 바람에 『메이플 스토리』(서울문화사) 시리즈를 낸 송도수 작가도 제외됐다.

출판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작가 류시화는 ‘엮음’이 많아서, 아동건강서 『삐뽀삐뽀』(그린비) 시리즈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는 의사 하광훈은 ‘스테디셀러’가 아닌 ‘베스트셀러’에 관한 소개여서 누락됐다. 이렇게 선정된 10명의 인물과 대표작을 살펴본다. <무순>

이문열
1년 인세 5억 … 후배들에 선행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와도 현재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1979년 데뷔작인 소설 『사람의 아들』(민음사)은 당시 교양소설의 전범을 제시했다 해서 화제를 모았고 지금도 매년 1만 부 정도 판매된다. 대표작은 원전에 독특한 해석을 덧붙여 인기를 모은 『삼국지』(민음사)로, 여러 판본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88년 선보인 이래 1700만 부(약 170만 질)가 나갔다. 지난해 출간해 채 일 년도 안 된 『초한지』(민음사) 판매부수 역시 60만 부(약 6만 질)를 기록했다. 살짝 뒷이야기를 하자면 같은 출판사에서 계속 책을 낸 덕분에 연간 5억원 이상의 인세를 가져간다고 한다. 단 이 중 상당 부분을 후배 문인을 키우는 ‘부악문원’ 운영이란 뜻깊은 일에 쓴다는 소식이다.

한비야
“한곳서만 낸다” 의리의 여인


세계 오지여행 전문가로 활동하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봉사를 결심한 뒤 국제 NGO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으로 활약 중인 오지랖 넓은 필자다. 2005년 낸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는 그해는 물론 이듬해까지 교보문고 집계 ‘연간 베스트셀러 20’에 들면서 70만 부 넘게 나갔다. 청소년의 시야를 넓히고 꿈을 키워주는 데 맞춤이라 해서 호응이 컸다. 이에 앞서 나온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이 56만 부,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가 29만 부 판매되는 등 굵직한 ‘히트작’을 냈다. 출판사 푸른숲에서 모든 책을 내는 의리파이기도 하다. 출판사로서는 애지중지하는 필자 중 한 명이다. 이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냈던 책도 개정판을 낼 때는 몰아줬다.

박경철
의사, 경제평론, 라디오진행 …


‘파워 10대 필자’ 중 유일하게 인터넷이 낳은 스타다. 물론 경제 전문 케이블TV인 mbn 등에서 참신한 주식투자 이론을 제시해 화제를 모았지만 일반 네티즌들은 그의 개인 블로그에 실린 따뜻한 에세이에 환호했다. 이 때문에 처음 출판을 제안받았을 때도 재테크서 집필엔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그래서 2005년 출간된 처녀작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리더스북)으로 읽는 이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전한 덕분에 17만 부가 판매됐고, 곧이어 2권이 나와 합계 30만 부를 넘겼다. 이후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이상 리더스북) 등 재테크 책을 냈는데 실제 재테크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그의 책은 기본 판매부수가 10만 부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본보 주말섹션의 인터뷰어로도 활동하는 등 갈수록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황석영
해외서도 명성 … 노벨상 물망


한동안 민주화 운동으로 ‘외도’를 한 끝에 다시 창작으로 돌아와서는 2007년 전래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바리데기』(창작과 비평사), 2008년 자신의 경험을 살린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로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각각 37만 부, 41만 부가 팔렸으니 노장의 건재함을 알렸다고나 할까. 이와 함께 84년 완간된 대하소설 『장길산』(창비)으로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고, 『장길산』 『오래된 정원』 『객지』 『무기의 그늘』이 중국, 일본, 프랑스, 미국 등에서 번역 출간돼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 작가 중 한 명이다. 이 덕분에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방북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하는 등 파란을 겪기도 했지만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는 등 작가 본인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보영
이름 석 자가 브랜드


영어 교육서에는 스타 저자의 계보가 있다. 정철, 민병철, 오성식, 곽영일 등이 한 세대를 주름잡은 저자들이다. 지금은 이보영이 그 중심에 있다. 탄탄한 실력에 각종 대형 국제행사의 통역을 맡았던 화려한 경력, 방송인 뺨치는 화술이 그의 가치를 높였다. 또 다른 스타 저자 이익훈씨가 토익, TEPS 등 성인용 교재에 치중한 데 비해 그는 유아용에서 성인용까지 다양한 베스트셀러를 내 폭넓은 독자층을 자랑한다. 이 중 2002년 낸 『들으면서 정리하는 이보영의 120분 영문법』(넥서스) 등 시리즈 4종은 올해 100만 부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는 아예 자신을 브랜드화 해 ‘이보영 언어공학연구소’에서 다양한 교육 콘텐트를 개발하는 중이다.

박완서
“원고 주세요” 줄 서는 출판사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작품활동이 왕성한 한국 문단의 원로작가다. 1970년 우리 나이로 마흔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를 통해 ‘늦깎이 등단’을 했지만 이후 문학성과 대중성을 아우른 작품들을 속속 발표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았다. 95년 발표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웅진닷컴)가 125만 부, 자매편 격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웅진닷컴)가 30만 부가 팔리는 등 평단의 호평과 독자들의 호응을 함께 누리는 행복한 작가다. 이 밖에도 2007년 출간된 『친절한 복희씨』(문학과지성사)의 호응도가 『그 많던…』보다 높다는 소식이다.

상식을 바탕으로 한 산문집 『호미』(열림원),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세계사)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웃어른 구실도 톡톡히 하고 있다. 원고를 받기 위해 공들이는 출판사가 가장 많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이원복
『먼 나라 … 』초등생 필독서


특이하게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는 독일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러고는 산업미술학과 교수로 강의하면서 교양만화를 개척하고 또 널리 알린 필자다. 대표작은 12권짜리 만화 『먼 나라 이웃나라』. 세계 각국의 역사·문화를 격조 높게 버무린 이 시리즈는 1987년 고려원에서 선보인 이래 1700만 부가 팔렸다. 이 중 98년 나온 개정판 『21세기 먼 나라 이웃나라』(김영사)만 700만 부 정도가 나가 초등생의 필독서가 되다시피 했다. 이후 나온 『이원복 교수의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가로 세로 세계사』(이상 김영사)도 각각 20만 부, 10만 부 정도가 읽혔다니 그 힘을 짐작할 수 있다. 『왕초보 주식교실』 『부자국민 일등경제』 등으로 ‘외도’를 하기도 했지만 역시 그의 장기는 ‘역사’. 어떻게 이런 자료를 녹여냈을까 싶을 정도여서 어른이 읽어도 얻는 것이 많다.

한상복
발품 판 취재로 대박 행진


기자 출신으로 인기저자 대열에 합류한, 성공 케이스다. 창작이 아니라 발품을 팔아 취재를 바탕으로 쓴다는 점이 특징이다. 2003년 『한국의 부자들』(위즈덤하우스)로 데뷔했는데 1년2개월간 100명이 넘는 부자들을 만나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얻은 ‘비법’을 생생하게 녹여내 40만 부가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어 번역서 『행운의 절반친구』가 13만 부가 팔렸다. 2006년엔 성공한 사람들은 ‘타인을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는 공통점에 착안해 쓴 인생지침서 『배려』가 110만 부가 판매되는 등 과작이지만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됐다. 현재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편집위원으로 모든 저서를 여기서 내기에 다른 출판사들이 아쉬워하는 필자이기도 하다.

공지영
두터운 고정 팬 … 행복한 중년


고정 팬이 7만~8만 명이나 있어 산문집을 내도 평균 15만 부가 나간다는, 힘 센 작가다. 최근에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오픈하우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한겨레출판) 두 권이 ‘베스트셀러 10’ 안에 들었다. 대표작은 100만 부가 팔려 영화화까지 된 소설『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 이 책과 『사랑 후에 오는 것들』(소담출판사) 두 권이 2006년 교보문고가 집계한 ‘연간 베스트셀러 20’에 함께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덧붙이자면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교보문고 집계 ‘연간 베스트셀러 20’에 국내 필자로는 가장 여러 번 이름을 올렸다. 『네가 어떤 삶을…』은 출간 일 년도 안 돼 45만 부가 팔렸는가 하면 2002년에는 『봉순이 언니』(푸른숲)도 밀리언셀러가 된 행복한 작가이기도 하다.

김훈
독자 혼 쏙 빼는 스타일리스트


글 잘 쓰는 문학 담당 기자로 이름을 날리다가 아예 문학평론가로, 다시 소설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과 유니크한 시각도 매력적이지만 그의 명징한 문장에 반한 독자가 많다. 선친인 김광주 선생은 1960년대 무협소설을 국내 처음으로 소개한 중국문학 전문가이자 소설가이니 부자 2대에 걸쳐 문명을 떨친, 드문 경우이기도 하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하면서 독특한 해석과 유려한 문체로 인기를 모은 소설 『칼의 노래』(생각의 나무)가 올해 초 100만 부를 돌파해 기념연이 열렸고, 산문집 『자전거여행』 『밥벌이의 지겨움』(이상 생각의 나무)도 각 10만 부 이상 읽혔다. 또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소설 『남한산성』(학고재)도 50만 부 넘게 나갔다. 현대사를 소재로 차기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은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출처 : 두꺼운 연습공책
글쓴이 : 퍼플캣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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