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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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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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1/5월 21일 오늘은 '부부의 날'이다.

서까래 2016. 4. 8. 15:09

521일 오늘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의 날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1995년부터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매년 521'부부의 날' 행사를 개최한 데서 유래했다.

 

'부부의 날 위원회가' 2003'부부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을 제출했고 국회 본회의에서 결의돼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날짜는 매년 521일이다.

 

부부간의 정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하루였음 좋겠다.

여보! 따랑해!!!

 

+ 너와 나는

 

돌아도 끝없는 둥근 세상

너와 나는 밤낮을 같이하는

두 개의 시계바늘

 

네가 길면 나는 짧고

네가 짧으면 나는 길고

 

사랑으로 못 박히면

돌이킬 수 없네

 

서로를 받쳐 주는 원 안에

빛을 향해 눈뜨는 숙명의 반려

 

한순간도 쉴 틈이 없는

너와 나는

 

영원을 똑딱이는

두 개의 시계바늘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사과 좀 깎아주세요

암 병동 간호사로 야간 근무할 때였다.

새벽 다섯시 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다. "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환자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놀란 마음에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를 내밀며 말했다.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헬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 맥이 풀렸다.

옆에선 그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 줘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어 사과를 깎았다.

그는 내가 사과 깍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이번에는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했다.

나는 귀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반으로 뚝 잘랐다.

그러자 예쁘게 잘라 달란다

할일도 많은데 별난 요구하는 환자가 못마땅해

못들은 척 사과를 대충 잘라 주었다.

 

나는 사과 모양새를 여전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그를 뒤로하고 서둘러 병실을 나왔다.

며칠뒤, 그는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삼일장을 치른 그의 아내가 수척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사실 새벽에 사과 깎아 주셨을 때 저 깨어 있었어요.

그 날 아침,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면서

깎은 사과를 내밀더라고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깎아 줄 수가 없었어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마음을 지켜 주고 싶어서요.

그래서 간호사님이 바쁜 거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정말 고마워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렸다.

나는 그 새벽, 가슴 아픈 사랑 앞에

얼마나 무심하고 어리석었던가.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의 전부였던 환자와 보호자.

그들의 고된 삶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녀가 눈물 흘리는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며 말했다.

남편이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나게 해 줘서 고마웠다고,

그것으로 충분했노라고...

원순진 님 / 강원도 횡성군

행복한 동행 10월호 생활문예대상 동상 / 옮긴 글

 

*****

 

우리는 무식한 부부

 

내 남편은 건설현장 근로자다.

말로는 다들 직업에 귀천이 없다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엄연히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칭 노가다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를

남편으로 둔 나는 그가 하는 일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어쩌다 친정엘 가도 풀이 죽는데,

"남들은 내 남편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마음에 가끔 길을 가다가도

신축 중인 건설 현장을 보게 되면 걸음을 멈추고

"내 남편도 저렇게 일하겠지"

하는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며칠 전 남편이 좋아하는 우렁이를 사려고 시장엘 갔다.

우렁이를 사고 막 돌아서려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온 듯한

남자 둘이서 토시를 가리키면서

"이거 얼마예요?"

하고 서투른 우리말로 물어 보는 게 아닌가.

아줌마가 천원이라고 답하자 그 두 사람은

자기네 말로 뭐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아마 비싸다는 표정인 거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선량한 두 사람을 보고

이국 땅에 와 천대 받으면서 일하는

외국 근로자의 입장을 생각했고

또한 힘들게 일하는 내 남편이

잠깐이나마 그립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은 햇빛이 따갑게 내리길래

널었던 이불을 걷으러 옥상에 올라 갔다가

무심코 하늘을 보는데 "화인건설" 이라고 쓰여진

곤돌라가 눈에 띄었다.

언젠가 남편이 일하는 곳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일하고 있는

현장인거 같아 나는 열심히 그 곤돌라 밑으로

남편 옷 색깔을 찾아보았다.

!

조그맣게 남편이 보였다.

위험한 난간에서 나무 기둥을 붙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망치로 못을 치고 있었다.

! ! 못 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 순간 나? 울고 말았다.

왜 내 남편은 더운 날 저렇게 땡볕에서 일을 해야만

처 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꼭 저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나

내려오는 계단에서 이불을 싸안고 오다가

그렁거리는 눈물 때문에 넘어 질 뻔 했다.

저녁을 먹고 남편에게

"다리 주물러 드릴께요 이쪽으로 누우세요"

했더니 눈이 동그래 졌다.

별일 다 보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다리를 주무르면서

"당신 오늘 6층에서 일 했죠"

", 어떻게 알았어?" 했다.

"오늘 이불 걷다가 봤어요,

우리 옥상에서 바라보면 왼쪽 끝에서 일했죠?" 했더니

"" 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도 자기가 고생하는 걸

내가 본게 못 마땅한 것 같았다.

"냉커피 한잔 드릴까요?" 했더니

"아 타주면 잘 먹지" 한다

사실 남편이

저녁 늦게 커피를 부탁하면 거절 했었다.

그다지 커피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밤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때문에 잠을 못자는 편이기 때문이다.

언제인가

밤에 커피를 마신 뒤 새벽까지 뒤척이더니

일 나갔다가 어지럽다고 그냥 집에 온 적이 있은 뒤부터

나는 되도록 늦은 커피는 타주지 않는다.

내 마음을 아는 남편은

"내일 일 못 나가면 어쩌려고 커피를 타주지" 했다.

"아유 뭐 어때요 하루 쉬면되지 뭐" 했더니

남편은 빙긋 웃으면서 "우리 블랙커피 한번 마셔 볼까?"

하고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테레비 같은 데서

블랙커피 마시는 사람들 보니까

유식해 보이더라"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정말로 설탕과 프림을 빼고

남편에게 블랙커피를 내밀었더니

한 모금 마신 남편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아우 ,무식한 게 차라리 낫겠다.

못 마시겠다. 우리 무식하고 말자" 하는 게 아닌가.

하긴 블랙커피를 마신다고 모두 유식하면

무식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부부는 무식할 정도로 큰 소리로 웃었다.

 

잠자리에 누운 남편은

"당신 이번에 돈 나오면 바지 하나 사 입어.

거 왜 당신은 멋을 안 부리는 거야?

옆집 진영이 엄마 같이 야들 야들한 바지 하나 사 입어"했다.

"참 누군 못 사 입어서 안 입는 줄 아세요?

당신 땡볕에서 땀 흘리며 번 돈으로

어떻게 비싼 옷을 사 입어요?" 했더니

"다 당신하고 윤정이 위해 일하는데 뭘 그래.

이번 달에 사 입어 파마도 좀 하고"

나는 그만 목이 메었다.

그런 걸 행복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지체 높으신 사모님 소릴 못 들어도.

어떤 비싼 보석 같은 게 아니더라도

잠깐씩 이렇게 느껴지는 걸

행복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가끔 남편은

돈 많은 부모 못 만나 배우지 못해서

천대 받는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토한 적이 있다.

그런 남편을 볼 때마다 나 또한

남편의 직업에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렇게 오늘 같이 잠깐씩 느끼는 감사함으로

남편 직업에 대한 회의를 잊고 깊은 행복감에 젖어든다.

,

내일 남편의 점심 반찬을 무엇으로 해 드릴까?

자칭 무식한 우리 부부의 초여름 밤은

시원하게 깊어간다.

 

- 동서커피 문학상 입선작 / (옮겨온 글) -

 

리아킴/ 위대한 약속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mEkxCrCp32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