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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햇살처럼 가족방/햇살이의 풍경첩

도심에서 만난 봄의 전령사-미선나무꽃, 매화, 산수유, 목련꽃 /170318

서까래 2017. 3. 19. 13:26

 

모처럼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토요일 아침,

시계를 보니 7,

살며시 잠자리를 빠져나와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오빠 산책 나갔다 오께

으응

 

얼마만의 아침 산책인가?

집 앞 첨단대상공원에 미선이가 산다.

지금쯤 집 나갔던 미선이가 봄소식을 전해주러 돌아와 활짝 웃고 있을 것이다.

다급하게 발길을 옮겨 미선이 집을 바라보니 하얀 꽃이 힘없이 웃고 있다.

아직 꽃이 덜 피기도 했지만 나무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

예전엔 정말 흐드러지게 꽃이 피었었는데....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와 준 미선나무 꽃이 반갑기 그지없다.

더러는 활짝 피어 웃고 있고 더러는 연분홍 꽃망울을 공구며 활짝 피어나려 용을 쓰고 있다.

만남을 뒤로 하고 보훈병원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보훈병원에는 매화며 산수유가 매년 봄소식을 빨리 전해준다.

보훈병원에 들어서니 은은한 매화향기가 그윽하다.

매화는 반개한 꽃이 제 격이라 했는데 거의 만개했다.

매화꽃 향기를 뒤로하고 동백아가씨에게 다가가니

새 한 마리가 있어 동백꽃을 탐하고 있다.

 

 

어쩌면 봄에 피었으니 춘백이리라.

붉은 동백꽃의 유혹을 뒤로하고 산수유를 만나러 발길을 옮긴다.

멀리서도 산수유나무가 노란 옷을 입은 게 눈에 띈다.

얼마나 피었나 다가가보니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산수유를 구경하다가 건물 옆에 있는 산수유에 다가서니

코를 찌르는 짙은 향기,

! 좋구나!

산수유꽃향기가 이렇게 진했던가?

 

 

보훈병원을 돌아다니며 봄꽃들과 노니다가 발길을 되돌린다.

한 아파트를 지나는데 하얀 목련꽃이 벌써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가지치기를 당한 목련나무에 몇 송이 되지 않는 꽃들이 곱게도 피었다.

철없는 목련이 빨리도 피었다고 감탄하며 대상공원을 따라 집을 지나쳐 쌍암공원 방향으로 발길을 재촉하는데

저 만치에 하얀 꽃들이 만개해 있다.

 

 

건물을 등지고 남쪽을 향하고 있어 아마도 개화가 빠른가 보다.

조금 더 걷다가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조그만 나무 하나에 꽃이 피어있어 다가가보니

미선나무 한그루 외로이 있어 꽃을 피웠다.

수십년 동안 다닌 공원인데, 왜 여태 여기에 미선나무가 있는 걸 몰랐을까?

나무가 작아 눈에 쉽게 띄지도 않고 꽃이 피지 않으면 거의 알아볼 수가 없어서였으리라.

 

 

모처럼의 산책을 짧게 마치고 선녀님이 주무시는 집으로 향했다.

그리곤 잠자는 선녀님의 고운 속살을 살며시 만져본다.

그때 떨어지는 불호령

네 이놈! 마당쇠야!”

“주제에 어딜 감히, 그 손을 당장 거두지 못할까

 

 

아이고, 마님! 죄송하구만요

지는 선녀님께서 지하고 합작으로 애도 셋이나 낳고 그래서

선녀님을 지것으로 잠시 착각했구만유~~“

담부터 조심헐탱께 한번만 용서해 주시라요

 

"그건 젊었을 적 얘기고,

지금은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니라"

"그러니 담부터는 착각하지 말거라!"

"예, 마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요"

 

 

“........”

으음, 당쇠야!”

예 마님

이번은 내 특별히 용서할 터이니,

발이나 구석구석 잘 주무르고,

내가 자는 동안 집안이나 깨끗이 치워 놓거라!“

! 알았습니다요, 마님!”

 

그렇게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쬐는 마당쇠의 주말 오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파트 담장과 접해있는 첨단대상공원

미선나무의 세가 전만 못하다.

미선나무 꽃은 너무 가냘퍼 보인다.

대상공원에서 보훈병원 쪽문을 들어서니 은은한 매화향이 풍긴다.

매화꽃이 거의 만개했다.

목련은 언제 꽃봉오리를 터뜨릴지.....

이름 모를 새한마리 동백꽃을 탐하누나...

노란 산수유꽃도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 산수유나무에 다가서니 달콤한 꽃향기가 코를 찌른다.

예전에도 산수유향의 진함에 놀란적이 있는데,

나무에 따라 향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청매화 옆의 홍매화는 이제 막 꽃잎을 하나 둘 열고 있다.

아파트단지 앞 화단에 벌써 목련이 청순한 자태로 피어있다.

다시 집앞의 미선나무를 지나 집으로 갈까 하다가 아쉬움을 달래러 대상공원을 따라 쌍암공원 방향으로 걷는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공원옆의 하얀꽃들.

아까 아파트의 목련과 마찬가지로

건물을 배경으로 남쪽을 향하고 있어 따뜻한 환경 탓에 일찌기 꽃을 피웠으리라. 

대상공원의 목련들은 아직 내일을 꿈꾸고 있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은 꽃나무가 눈에 띄어 다가가보니

처음보는 미선나무 한그루가 외로이 꽃을 피우고 서있다.

 

도심의 봄벗들과 함께한 아침산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