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낮
/홍 석 하
밭두렁에 호박잎
축 늘어져 있는데
사철 맨발인 아내가
발바닥 움츠려 가며
김장밭을 맨다.
느티나무 가지에 앉아
애가 타서 울어대는
청개구리
강물에 담긴 산에서
시원스럽게 우는
참매미
구경하던
파아란 하늘도
하얀 구름도
강물 속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
덥긴 덥다.
더워도 보통 더운 게 아니다.
그래도 하늘을 바라보면 눈이 트이는 듯하다.
그저 해맑은 코발트빛 하늘,
그리고 푸른 하늘을 놀이터 삼아
잔디밭을 뛰노는 아이들처럼
떠도는 하얀 뭉게구름들...
장마답지도 않은 장마가 끝나고 한동안
출퇴근길에 희무끄레하게 바라다 보이는
무등이며 병풍을 마주하며 괜스레 마음까지 우울했었다.
그리고 언젠가 하늘이 제 빛깔을 찾았지만,
앰뱅할 노무 날씨가 너무 무더워서 예뻐 보이지가 않았다.
오늘도 날씨는 더럽게도 더운 디
특별히 하늘이 이뻐 보이기야 하랴마는
그래도 모처럼 교외에 나가서
시원스런 경관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며 바라본 하늘은 어릴 적
고향에서 바라본 하늘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차를 타고 지나며 바라보는 농촌풍경은 언제나 아름답고 넉넉해 보인다.
어쩌면 알 수 없는 여유로움까지도 느껴지는 듯하다.
어릴 적 지금쯤이면
아마도 아버지는 논에 농약을 하고
땡볕을 받아 뻣뻣하게 자란 벼논사이를 지나며
볕 잎에 팔이 긁혀 피가 흐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 논을 후비고 다니며 논바닥의 잡초를 매고
피를 뽑고 다니셨을 것이다.
어머니는 어떠셨을까?
유난히도 잡초가 잘도 자라는 여름 날
그늘하나 없는 땡볕을 고스란히 쬐면서
콩밭이며 깨밭을 매며 온 몸은 땀에 젖고,
수건을 둘러쓴 주름진 얼굴은
햇볕에 그을리고 땀과 먼지가 뒤범벅이 된
때 국물에 찌들린 채 긴긴 해가 지도록
길고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는
증조할머니까지 4대 열댓명의 저녁을 준비하셨다.
그리도는 또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나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하루하루를 사셨다.
옛날에는 다 그렇게 살았다고 치부할 일 만은 아니다.
그래도
마당가에 모깃불 피워놓고
평상이며 멍석에 도란도란 모여앉아
이마에 땀방울 훔쳐가며
호롱불 아래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저녁을 먹던 그 시절이 그립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시절이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얼굴들이지만...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
아련한 그리움에 나도 몰래
눈에 이슬이 맺힌다.
모두들 저승에서 평안히들 지내고 계신지요?
날씨가 덥다보니 별놈의 소리가 다 나온다.
그래 모두가 날씨가 더운 탓이야.
이 나쁜 노무 날씨!
날씨가 얼마나 더우면 눈에서도 땀이 나오겠어?
눈에서 땀나게 더운 나날이지만
성하의 계절 8월은 낭만의 계절이기도 하지요.
비록 염병하게 더운 여름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머잖은 미래에 이번 여름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덥다고 허투루 보내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지요.
모쪼록 즐겁고 알찬 8월 보내시길 빕니다.
해피 8월~~~~
주병선의 “칠갑산”
해바라기의 “여름”
'카톡카톡 > 2018 보낸카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의 혼인과 독서 /180803 (0) | 2018.08.03 |
---|---|
진정한 친구란?/180802 (0) | 2018.08.02 |
그리운 바다/180731 (0) | 2018.07.31 |
바람처럼 떠날 수 있는 삶/180727 (0) | 2018.07.27 |
성능 좋은 컴퓨터/180726 (0) | 2018.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