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십 리 / 김 소 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에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
잘 갔다와!
아라떠!
산을 잊어버렸다.
모처럼 홀로 무등을 만나러 갈려고 꿈을 키워온 새벽
잠결에도 세찬 빗소리가 느껴진다.
에이 씨~~
안되겠구만.
다시 단잠에 빠졌는데 환한 햇살이 비친다.
비 갰으니까 산에 다녀와!
알았스^^
그렇게 여장을 꾸려서 느즈막이 무등을 향해 악셀을 밟는다.
그런데 무등이 가까워지면서 하늘에 암운이 끼기 시작하더니 세찬 빗즐기가 차창을 때린다.
비가 와도 오면 그 뿐,
비가 어찌 나와 무등의 해후를 막을 수야 있겠는가?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에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차안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김밥에 김치 그리고 반주로 탁배기 한 병...
식사는 끝났는데 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아무래도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모처럼 입석이도 만나고 서석이도 보려했건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 걸 어쩌겠는가?
배낭도 버리고 맨 몸에 우산하나 들고 내리는 비를 벗 삼아,
아니지 무등과 비 그리고 내가 삼위일체가 되어 잠시 무등의 숨결을 느껴보리라.
내 오늘은 비에 젖고 눈물에 젖어,
아니다 눈물에 젖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비에 젖고 무등에 취해 이 하루를 만끽하리라.
부인!
오늘 그대는 내 마음에 없소이다.
비가 오니 빨리 오리라는 헛된 기대를 버리시오^^
차안에 앉아 듣는 빗소리가 더한 평온함을 안겨줍니다.
이제 들어서야지요.
빗속으로...
아니 무등의 샤워하는 알몸을 감상하러...
부디 즐겁고 평안한 휴일되시길 빌며...
채은옥의 빗물
송창식의 비의 나그네
'카톡카톡 > 2018 보낸카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힘들 때 3초만 웃자/180829 (0) | 2018.08.29 |
---|---|
송도 앞 바다를 바라보면서/장기려/180827 (0) | 2018.08.27 |
마음의 치유/180823 (0) | 2018.08.23 |
느리게 사는 즐거움 /180822 (0) | 2018.08.22 |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음미하는 여행이다/180821 (0) | 2018.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