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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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십 리 / 김 소 월/180826

서까래 2018. 8. 27. 16:00

왕 십 리 / 김 소 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에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

 

잘 갔다와!

아라떠!

 

산을 잊어버렸다.

모처럼 홀로 무등을 만나러 갈려고 꿈을 키워온 새벽

잠결에도 세찬 빗소리가 느껴진다.

 

에이 씨~~

안되겠구만.

다시 단잠에 빠졌는데 환한 햇살이 비친다.

 

비 갰으니까 산에 다녀와!

알았스^^

그렇게 여장을 꾸려서 느즈막이 무등을 향해 악셀을 밟는다.

 

그런데 무등이 가까워지면서 하늘에 암운이 끼기 시작하더니 세찬 빗즐기가 차창을 때린다.

 

비가 와도 오면 그 뿐,

비가 어찌 나와 무등의 해후를 막을 수야 있겠는가?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에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차안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김밥에 김치 그리고 반주로 탁배기 한 병...

 

식사는 끝났는데 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아무래도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모처럼 입석이도 만나고 서석이도 보려했건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 걸 어쩌겠는가?

 

배낭도 버리고 맨 몸에 우산하나 들고 내리는 비를 벗 삼아,

아니지 무등과 비 그리고 내가 삼위일체가 되어 잠시 무등의 숨결을 느껴보리라.

 

내 오늘은 비에 젖고 눈물에 젖어,

아니다 눈물에 젖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비에 젖고 무등에 취해 이 하루를 만끽하리라.

 

부인!

오늘 그대는 내 마음에 없소이다.

비가 오니 빨리 오리라는 헛된 기대를 버리시오^^

 

차안에 앉아 듣는 빗소리가 더한 평온함을 안겨줍니다.

 

이제 들어서야지요.

빗속으로...

아니 무등의 샤워하는 알몸을 감상하러...

 

부디 즐겁고 평안한 휴일되시길 빌며...

 

채은옥의 빗물

https://youtu.be/2oiIthxlXAg

 

송창식의 비의 나그네

https://youtu.be/PkCNz-Ga_b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