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마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마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
비가 온다.
그냥 내리는 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이도 내린다.
칼릴 지브란은 코로나19를 염두에 두고 이 시를 쓴 건지.
작금의 국내외 정세를 예견했던 건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시대상황에 맞는 시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명상가의 한낱 헛된 외침인지도 모른다.
공감도 되고
다 맞는 말인 것 같기는 한데,
나도 한마디 되묻고 싶다.
“그러면 대체 어쩌라고???”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어려운 주문이다.
그러나 시제만큼은 딱 눈에 들어온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굳이 그 대상까지 나열한다면 그건 사족일 것이다.
세상에는 함께해야할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상종하지 말아야할 인간들도 적지 않음을...
그냥 소월 시인의 시나 한수 더 읊으며 지나가자.
왜냐면 밖에 비가 내리니까.
- 왕십리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로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웬걸, 저 새야
올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비 내리는 목요일 오후.
비가 내려 울적하고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우리를 우울하게 하지만
공감은 하되
“트럼프, 김여정, 우울, 불안, 짜증스러움”
이런 감정들과는 공존은 하되 저만큼 멀찍이 밀쳐두고
그저 즐겁고 행복한 마음만 품고 사시길...
이광조의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비 노래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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