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기쁜
꽃이 저 혼자 일찍 피었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꽃이 저 먼저 져버렸다고 봄날이 아주 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저 혼자 걸어간다고 새로운 길이 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길이 다 무너졌다고 길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가는 곳마다 비가 와서 길은 진흙탕이 되었다
진흙탕 길을 걷는 내 발자국마다 그래도 꽃은 피었다
오늘은 선암사 고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다가 나를 바라본다
매화 향기에 취한 새들이 홍매화 꽃잎을 쪼다가 나를 바라본다
작은 새의 슬프고 기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당신을 사랑한다
새의 눈빛을 지니지 못한 당신도 사랑하다가 영원히 잠이 든다
- 정호승 -
비가 온단다.
봄비가 예보된 아침.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한
흐릿한 하늘은 그저 무심해 보인다.
그제는 오랜만에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에 산책을 갔더니
매화꽃이 피어있더이다.
요즘은 철없이 피어나는 꽃들도 많아서
매화꽃이 피었다고 봄이 왔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내일 모레면 춘삼월이니
이제 봄이라고,
오늘 내리는 비는 봄비라고 확언을 한들
누가 있어 이의를 제기하기야 하겠는가?
매화꽃이 피고 봄까치꽃이며 광대나물꽃이 피었다고는 하나
푸른빛이 감도는 듯한 나무가지들도
아직은 앙상하게 매 말라 있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나무들도 기지개를 켜고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 채비를 서두를 것이다.
나무들이 그러하듯이 우리도 묵은 겨울의 곰팡이를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싶다.
누가 뭐래도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봄이 무심히 오는 것 같아도 그 목적은 뚜렷하다.
그대와 나에게 꿈과 희망과 기쁨을 주기 위해서 오는 거다.
그 봄이 왔다.
이은하의 "봄비"
배따라기의 "그댄 봄비를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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