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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220321

서까래 2022. 3. 30. 20:39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문구는 모두들 알고 계시리라 사료됩니다만

 

시절이 하수상하여 춘삼월이 무르익어 춘분을 맞이했음에도,

유독 봄이 봄같지 않다는 분들이 많아

춘래불사춘의 유래에 대해 한번 올려봅니다.

 

아시는 내용이더라도 잠시 머리도 식히시고

심심풀이 삼아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글이 다소 길어서 먼저 몇 마디 하고 지나가지요.

 

아침에 산책을 나갔더니 매번 동쪽 하늘에 보이던 샛별이 보이질 않더군요.

 

절기가 춘분이라서 밤이 짧아진 탓이겠지만 샛별(새별)은 보이지 않고 서쪽 하늘엔 보름을 갓 넘기고 기울어가는 하얀 둥근달이 떠있더군요.

 

흔히 80년의 봄을 이야기합니다.

암울하기는 80년의 봄이나 지금의 봄이나 차이가 없어보입니다만,

 

과정상으로는 차이가 큽니다.

그때는 민주화를 향한 열망에 온국민이 큰 기대와 희망에 젖어있었는데,

군부독재에 의해 국민들의 꿈이 산산조각나고 말았지요.

 

올봄은 어떤가요.

큰 기대와 희망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작은 소망은 있었지요.

 

그러나 80년대를 겪어보지 못한 철딱서니 없는 젊은이들과

80년대에 대한 기억을 망각한 노인네들,

그리고 먹을 것 하나 더 준다면 영혼까지 팔아먹는

사익에 눈이 먼 개돼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상황이란 게 더욱 참담합니다.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저 자신도 결국은 개돼지의 일원일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절대로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지만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이미 개돼지 취급을 받고 있는데...

 

오늘도 남명 조식의 시조 한수 남기고 지나갑니다.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진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저도 한수 남기지요.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뉘도

쬘 일이 없지만은

서산에 해 기울 날만을

학수고대하노라.

 

아직 떠오르지도 않은 해가

하루속히 지기를 바라는 마음에도 봄은 오려는지요?

 

춘분에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말로는 춘래불사춘을 노래하지만

봄을 즐기시며 하루하루를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봄꿈에 젖는 하루되시길 빕니다.

 

이필원의 "추억"

https://youtu.be/ybe0O6yxbNY

 

데블스의 "그리운 건 너"

https://youtu.be/A_2B28Z8SGw

 

********

중국 4대 미인은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라고

중국 사람들이 규정하고 있는데,

 

4대 미인을 한마디로 표현해서

沈漁落雁(침어낙안), 閉月羞花(폐월수화) 라고 한답니다.

 

물고기로 하여금 부끄러워 물밑으로 숨게 만들었다는

월나라 미인 서시의 미모는 沈魚(침어)이고,

 

거문고 타는 모습에 반한 기러기가 날갯짓을 멈춰 떨어졌다는

왕소군의 미모는落雁(낙안)이며,

 

고개 들어 달을 보자 달도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는

초선의 미모는 閉月(폐월)

 

그리고 꽃을 건드리자 꽃도 잎으로 가리며 부끄러워했다는

양귀비의 미모는 羞花(수화)라고 한다네요.

 

제가 뜬금없이 중국4대 미인을 들먹인 것은 춘래불사춘이라는 시귀(詩句)

왕소군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왕소군은 나라 원제(元帝) 때의 궁녀로 절세의 미녀였지요.

원제는 후궁들이 많아 일일이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모연수(毛延壽)라는 궁중화가에게 후궁들의 초상화를 그려 바치도록 하여

마음에 드는 후궁을 낙점하여 침소에 들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궁들은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면서 잘 그려주도록 간청하였는데,

왕소군만은 뇌물을 주지 않아

모연수는 그녀의 얼굴을 매우 추하게 그려 바쳤으므로,

황제는 왕소군을 곁에 두지 않았지요.

아니, 아예 왕소군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해야겠지요.

 

그러던 중 흉노족의 왕 호한야(胡韓耶)가 한나라의 미녀로 왕비를 삼기를 청하자,

황제는 추녀로 잘못 알고 있던 왕소군을 그에게 주기로 하지요.

왕소군이 흉노로 떠나는 날 처음으로 왕소군을 실제 보게 된 황제는

격노하여 모연수를 죽여 버립니다.

 

그리하여 절세의 미모를 지녔음에도 불행히도 왕과 마주할 기회를 얻지 못해,

오랑캐의 땅으로 떠나는 왕소군의 가련함과 슬픔을 읊은 이태백의 시가 있고

 

<昭君怨>(소군원) - 이백

 

昭君拂玉鞍 (소군불옥안) 소군이 옥안장 추어 올려

上馬涕紅頰 (상마체홍협) 말에 오르니, 붉은 두 뺨에는 눈물이 흐르네.

今日漢宮人 (금일한궁인) 오늘은 한나라 궁녀이지만,

明朝胡地妾 (명조호지첩) 내일 아침 이면 오랑캐 땅 첩이 되는구나.

 

그리고 春來不似春이라는 문구는

변방에 끌려가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애끓는 그리운 마음 때문에

시들어 가는 왕소군의 애끓는 모습을 묘사한

시인 동방규의 昭君怨(소군원)이라는 제목의 시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昭君怨>(소군원) - 동방규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自然衣帶緩 (자연의대완) 자연히 옷 띠가 헐렁해지니

非是爲腰身 (비시위요신) 이는 허리 몸매 위함이 아니었도다.

 

이처럼 졸지에 오랑캐 땅으로 끌려가 흉노족 왕의 첩이되어

고향산천을 그리워하며 말라 시들어 가는 천하절색 왕소군의

애절함을 표현한 시인데,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봄이 온들 어찌 봄날의 흥취를 느낄 수 있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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