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 막힐 듯,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
어제는 모처럼 홀로 밤거리를 배회했다.
예전엔 자정이 넘도록 밤길을 걷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제 나도 나이가 든 탓인지도 모른다.
물론 아침운동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해서
심야산책이 부담스러운 점도 있을 것이다.
이제 6월도 초순을 지나 중순으로 접어들려 한다.
녹음은 짙을대로 짙어 여름의 정취를 물씬 풍겨주지만,
어제 밤엔 문득 겨울의 나목이 그리웠다.
달빛이 교교히 비치는 겨울밤 또는 가로등불을 배경으로
하얗게 늘어서 있는 나목들의 모습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사람이나 나무나 화장발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세수를 막 마치고 물기를 머금은 아이들 얼굴처럼
민낯이 훨씬 아름다울 때도 있다.
어쩌면 살아가는 것도 있는
그대로 보이고 사는 게 더 아름답지 싶다.
세월은 되돌아오지 않지만,
희노애락은 언제 왔다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
사실 살다보면 대부분의 일들은 세월이 해결해준다.
그래서 누군가는 "세월이 약이겠지요"라며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부딪치는 일들에 일희일비하고 살지 말자며 다짐하고 살지만,
우리처럼 수양이 덜된 사람들에겐 그저 이론에 불과할 뿐이다.
아는대로 실천하며 살 수 있다면 세상사 두려울 게 무어 있겠는가?
하지만 잘 살려고 욕심 부리지 않아도,
그냥 사는 것도 버거운 게 세상살이다.
어차피 마음 같지 않은 세상,
궂은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 일, 즐거운 일들을 되 뇌이며 살 일이다.
아침햇살이 따가운걸 보니,
오늘도 따뜻한 하루가 이어지지 싶습니다.
6월 초순과 함께 또 한주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금요일인가 봅니다.
오늘 하루도
그리고 녹음이 짙어가는 초하의 주말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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