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
내 이름에 딸린 것들
고향에다 아쉽게 버려두고
바람에 밀리던 플라타나스
무거운 잎사귀 되어 겨울 길을 떠나리라
구두에 진흙덩이 묻고
담쟁이 마른 줄기 저녁 바람에 스칠 때
불을 켜는 마을들은
빵을 굽는 난로같이 안으로 안으로 다스우리라
그곳을 떠나 이름 모를 언덕에 오르면
나무들과 함께 머리 들고 나란히 서서
더 멀리 가는 길을 우리는 바라보리라
재잘거리지 않고
누구와 친하지도 않고
언어는 그다지 쓸데없어
겨울옷 속에서 비만하여 가리라
눈 속에 깊이 묻힌 지난해의 낙엽들같이
낯설고 친절한 처음 보는 땅들에서
미신에 가까운 생각들에 잠기면
겨우내 다스운 호올로에 파묻히리라
얼음장 깨지는 어느 항구에서
해동의 기적소리 기적(奇蹟)처럼 울려와
땅속의 짐승들 울먹이고
먼 곳에 깊이 든 잠 누군가 흔들어 깨울 때까지
- 김현승
나그네도 나그네 나름,
왠지 겨울 나그네는 외롭고 쓸쓸해 보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박목월시인의 “나그네”는
낭만적이라고 해야겠지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나그네/박목월
낭만적인 길이건
외롭고 쓸쓸한 길이건
어차피 우린 모두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들입니다.
너와 나,
우리 모두 걸어가는 나그네 같은 인생길,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고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술 익는 마을을 지날 때면
발길을 재촉하기 보다는
만사 제쳐두고 탁배기 한잔씩 나누는
여유도 느끼면서 말입니다.
오늘하루도 여유롭고 행복하시길...
(음표) 최희준의 “하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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