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풀꽃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 루이즈 글릭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의 작품인데
류시화 시인의 번역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시라고 합니다.
혹한의 동토에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이른 봄 눈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눈풀꽃의 생명력이 눈물겹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민초들의 모습과도 같아 보입니다.
우리 모두 지금 떨고 있지 않은가요?
밤새 새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기온도 많이 떨어졌구요.
하지만 정작 우리를 떨게 하는 건
한겨울의 추위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비열하고 무책임하고 몰염치하고 비상식적인 족속들에 대한 분노에
치를 떨고 있는 게 아닐까요.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살을 에이는 듯한 동토의 추위도
눈풀꽃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머잖아 꽃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봄이 올 테니까요...
다가올 봄날을 기다리며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
눈 내린 설경이 아름답습니다.
허나 폭설이 내린다는 소식은 그리 달갑지가 않습니다.
뭐든 지나침은 부족함만도 못하지요.
어느 때 어느 자리에 서 있건
너무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는 차갑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불순한 날씨에 건강유의 하시고,
하루하루 알차고 보람찬 새해 꾸려가시길 빕니다.
(음표) SG워너비의 “내 사람”
(음표) 박효신의 “눈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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