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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兄弟)의 절명시(絶命詩) /김인호/250308

서까래 2025. 3. 8. 11:44

형제(兄弟)의 절명시(絶命詩)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니

무궁화 나라는 이미 사라졌구나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옛일 돌이켜보니

문자나 안다는 사람 인간되기 어렵구나

 

-매천 황현 절명시 4수 중에서

 

19108월 한일합방 소식에 지리산자락 구례에 살던 한 선비가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자결하였다는 소식은 전국에 퍼졌다

선비들은 매천 황현의 절명시를 베껴 외었다.

 

그렇게 매천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매천의 아우 석전 황원의 절명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석전 황원은 매천의 15살 아래 동생으로 1910910일 매천이 순절한

이후 형의 순절을 세상에 알리고 그의 정신을 계승하는데 전 생애를 바쳤다

 

형 매천처럼 행동에 거리낌이 없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굽히는 법이 없이

당당하였고 의가 아니면 행동하지 않았다 한다

그를 잘 아는 사람도 구례 황아무개 하면 모두들 자리를 피했다.

일제감시의 추궁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일제의 포악이 극에 달하던 1944217, 황원의 나이 75,

천은사 가는 길목에 있는 월곡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

그의 옷깃에 꼬깃꼬깃 접어서 꿰맨 절명시가 숨겨 있었다.

 

 

절명시(絶命詩) / 황원(黃瑗)

 

滄海滔滔日倒流 푸른 바다 넘치고 날은 거꾸로 흐르는데

蒼生不救竟無謀 백성을 구하지 못하고 마침내 꾀도 다하였네

 

空老人間無一補 헛되이 늙은 인간은 조금도 보탬이 안 되니

不如先去帝京遊 먼저 하늘나라에 가 노는 것만 못하구나

 

國已邱墟民又亡 나라는 이미 폐허가 되었고 백성 또한 망했는데

何必忍辱守書床 구태여 욕을 참고 책상만 지키고 있으랴

 

小事營營如大事 작은 일도 큰일처럼 분주하게 쏘다녔으나

丈夫志氣愧田光 대장부의 기개는 전광에 부끄러울 뿐이네

 

매천 황현과 석전 황원 형제의 두 죽음, 두 절명시 사이엔

1910년에서 1944년까지 35년의 세월이 흐른다.

여기에 1945년 한 해를 더한 36년은 이 강산이

깊은 어둠 속에 묻혔던 시기와 일치한다.

 

매천 황현, 석전 황원 두 형제가 살았던 구례 간전면 수평리 구안실이다.

구차하지만 그런대로 지낼만하다는 뜻의 구안실은 매천의

구안실을 짓고서라는 시에 그 정경이 잘 그려져 있다.

 

16년 동안 살면서 후학을 기르고 매천야록등 저술과 1,000여 편의

시를 지었다는 곳인데 집터는 허물어져 알 수가 없으나 희미한 흔적이 남아있는

샘터만이 헛헛한 마음을 달래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다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찾아온 이들이 잠시

쉬어갈 만한 정자 하나 쯤은 있어도 좋으련만,

꼬마전구처럼 작은 감을 매달은

구안실길 늙은 감나무가 미안하다는 듯 눈을 깜박 깜박댄다.

 

- 김인호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두운 시기다.

예전에는 이런 의인들이 계셔서 등불이 되어주셨다.

요즘도 이런 의인들이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유구무언(有口無言)

이런 말이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본디 입이란 게, 먹고 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 굳이 말이 필요치 않다.

유구무언의 유래를 내 마음대로 추정해보면

요즘같이 먹거리가 흔하지 않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언이라는 걸 먹고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기후변화 등의 요인에 의해 언이라는 먹거리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입은 있는데 먹어야할

(파충류, 메기,봉새, 두더지 등)의 개체수가 줄어들어

굶주림에 지친 이들이 신세한탄을 하며

내뱉었던 사자성어가 유구무언(有口無?)이라는

사자성어였는데

시대상에 맞춰 와전된 게 오늘날 쓰이는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변천되지 않았을까 싶다.

문헌에는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이니 굳이 믿을 필요는 없겠다.

 

유사한 사자성어로 유구무법(有口無法)이라는 말도 있다.

본디 검새는 법()으로 호위호식하며 먹고 사는데

정작 검새들이 법을 잘 모른다는 의미로 생겨났다고 하는데

요즘은 별로 쓰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는 광견병이 유행하곤 했다.

광견병에 걸린 개들은 말 그대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불속으로 뛰어드는 건 보지 못했지만,

물속으로 뛰어드는 건 여러번 보며 자랐다.

광견병은 광견병 바이러스(Rabies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감염증을 의미하며,

그 증상은

1) 성내어 날뛰거나(furious), 마비(paralytic)의 증상이 나타나고,

2) 환자의 80%가 격노형, 과다 활동, 지남력 장애, 환청, 괴이한 행동을 보다고 합니다.

 

아직 아무도 물리지 않았다고 해서

미친개가 위험하지 않다고 풀어 놓는다면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말 그대로 미친 짓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민들은 입은 있으되 먹을거리가 없어 굶어죽기 직전인데,

광견병마저 들불처럼 유행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위기상황이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은 타들어가고 천불이 날 지경이지만,

힘도 없고 할 말도 없으니 그저 염불처럼 주문이나 되뇌어 봅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사필귀정

사아피일귀이저엉 사아피일귀이저엉

사아아피이이일귀이이저어어엉

사아아아피이이이일귀이이이저어어어엉

()아아아아아~~~~~~~~~~~

()이이이이이일~~~~~~~~~~~~

 

봄은 오고 있는데 너무 더딥니다.

계절의 봄도 마음속의 봄도...

 

흥겹지 않은 세월이지만

평안한 휴일 보내시길 빌며 주변에서 둘러본

아직은 더딘 남도의 봄소식을 전해봅니다.

 

(음표) 장사익의 봄비

https://youtu.be/FKRwxJRl0S4

 

(음표) 이숙의 눈이 내리네

https://youtu.be/FKRwxJRl0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