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사는 재미
눈 비비면 나는 소 밥 주러 가고
할멈은 식구 아침 챙긴다
삼십 년 한결 같다
변한 게 있다면 철 따라 시간만 다를 뿐
겨울에는 새벽 6시에 아침을 열고
여름에는 5시에 아침을 연다
때로는 흘러가는 강물처럼
생활을 바꾸는 패턴을 가져 보라고
지인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저 산 기슭에 나무들을 보아라
한자리 뿌리 내리면 평생을 보낸다
그렇다고 어찌 즐거움이 없겠느냐
눈비 내리면 눈비 맞고
큰바람 불면 부는 대로 작은 바람 불면 부는 대로
같이 춤추고 노래 부른다
어느 날은 이름 모를 산새가 찾아오고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산비둘기 보금자리 만들어 살고 있지 않느냐
나도 그렇다
소 막사에 가면 어제 보이지 않던 새 식구가 태어나 있고
강추위 속 고드름 수염에 하얀 서리 눈썹을 달고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움을 모르는
천진난만 어린 아이 같은 선한 눈망울이 있다
그 들의 마음을 전부 읽을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돌보는 재미가 솔솔 붙는다
할멈도 그렇다
식구라야 영감 할멈 달랑 둘 뿐인데
어느 반찬이 영감 입에 맞을까
생각 생각하다가 산채 뜯어다 조물조물 무쳐 주면
맛나게 먹고 있는 영감 입만 봐도 즐겁다
저 하늘 해와 달은
수수 억만 년을 한 길 돌아도 변함이 없다
십여 년 한 길에 산
내가 무슨 말 하랴
- 김복수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평생...
따지고 보면 모두 사는 게 고만고만하다.
누군가는 매끼마다 산해진미에 주지육림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간장종지 하나에
눈물 젖은 끼니를 때울지라도
하루 두 세끼씩 먹고 사는 건 똑 같고
화려한 삶이나 소박하고 구차한 삶이나
그 안에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모두 존재한다.
결국 인생은 자기의 삶을 누리고 즐기며 사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세상사 운칠기삼이라고 했듯이
마음 같지 않은 게 세상사다.
비록 하루하루 아등바등 대며 살아가는
구차한 삶이더라도
비루하지만 않은 삶이라면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즐기며 사는 게
진정한 인생의 낙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제 날씨가 제법 풀려서
봄기운이 확 느껴지는 상쾌한 아침입니다.
봄봄봄
밝고 화사한 봄을 그대 품에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고,
활기찬 하루이시길...
(음표)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
(음표) 이적의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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