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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마이카상 / 김태정/250311

서까래 2025. 3. 11. 14:24

호마이카상 / 김태정

 

이젠 너를 갈아치울 때가 되었나보다

네가 낡아서가 아니야

이십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해온

네가 이젠 무서워졌다

무서워졌다 나의 무표정함까지도 거뜬히

읽어낼 줄 아는 네가,

반질반질 닳아버린 모퉁이 만큼 노련해진 네가

너를 펼쳐놓은 순간부터

시를 쓸지 책을 읽을지

아니면 밥을 차려 먹을지

내 행동을 점칠 줄 아는 네가 무서워졌다

네 앞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네 앞에선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이 무서워졌다

이십년 전이나 이십년 후나

변함없이 궁핍한 끼니를 네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

불편해졌다

책상도 되고 밥상도 되는 네 앞에서

시도 되지 못하고 밥도 되지 못하는

나의 현재가 문득 초라해졌다

시가 밥을 속이는지

밥이 시를 속이는지

죽도 밥도 아닌 세월이 문득 쓸쓸해졌다

이 초라함이,

이 쓸쓸함이 무서워졌다

네 앞에서 발바닥이 되어버린 자존심

아무래도 이 시시한 자존심 때문에

너를 버려야 할까보다

그래 이젠 너를 갈아치울 때가 되었나보다

 

* 오늘의 추천시는 "1980년대의 억센 민중시가 구현하지 못한 소담한 일상을 말갛고 깊게 표현했다고 평가받았던, 김태정 시인의 "호마이카상"입니다.

 

호마이카(Formica)는 나무나 섬유, 종이 등의 표면을 특수처리하여 내열성을 갖는 동시에 깨끗한 느낌을 주도록 만든 플라스틱 판을 이르는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효용성이 좋아서 한때 우리나라에서 간단한 밥상이나 어린 아이들 공부용 책상 등의 가구로 많이 쓰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TV도 없이 라디오를 벗 삼고, 작은 마당에 반찬 거리 채소를 일구면서 시를 썼던 시인은 생전에 시 쓰기 외에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늘의 추천시 속 20년 가까이 된 호마이카상도 그 포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너무 낡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모퉁이가 반질반질해지도록 너무 닳아 익숙해져서입니다.

 

시 속 화자의 무표정도 읽어내고, 화자의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다 갈파하는 호마이카상이 너무 무서워져서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나보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너무 가까워서, 화자의 초라함이나 쓸쓸함, 그리고 화자의 마음 속 생각까지 다 읽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불편해지는 관계, 그래서 자존심까지 망가지는 것같아 이제는 단절하고 포기해야할 정도가 된 관계......

익숙해진다는 것이 가지는 불편함이 무겁게 다가오는 시입니다.

 

김태정(1963~2011) 시인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1<사상문예운동>"우수"6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이후 13년 만에 창작과비평사에서 시집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을 출간한 뒤, '시만 빼고 다 버렸다'며 전남 해남 근처 미황사라는 절 아래 동네로 내려가 혼자 살다가 2011년 향년 48세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생전에 시가 저를 숨 쉬게 했던 유일한 통로라고 했던 시인을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에 시인의 "멸치"라는 또 다른 시 한 편을 읽으며 오늘의 추천시를 마칠까 합니다.

오늘도 <방아의 시곳간> 밴드를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모셔온 글

 

이제는 세상이 싫어진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한다는데,

이제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나보다.

그럴 용기도 없는 초라한 나라는 인간.

떠날 수 없다면 잠시 잠깐 만이라도 세상을 등지고 살고싶은 요즘이다.

 

맑고 화창한 날씨지만 아침기온이 제법 차갑습니다.

봄이 오고있다지만

어찌 이리 더디 오는겐지...

 

오늘 하루도 건강과 사랑 그리고 평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음표)이정선.. .. https://youtube.com/watch?v=GdB8ywEHDx8&si=awm0iUcOXhvYiZcl

 

(음표)나훈아 테스형!’ https://youtube.com/watch?v=8cNz9awcVqg&si=WB6raief1gImlX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