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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카톡카톡/2025 보낸 카톡

알 수 없어요/한용운/250320

서까래 2025. 3. 20. 10:11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한용운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입니다.

직접 시간을 측정해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객관적으로 검증된 사실일 터이니

믿어야 맞겠지요.

하지만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새벽녘 동쪽하늘에 구름이 끼어서

해가 뜨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낮과 밤을 구분할 수가 없다고요.

구름이 가린다고 해가 뜨지 않았을 리는 없겠지만

우기는 자를 이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중국 고사성어에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를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다'는 뜻으로

진나라 간신 조고가 어린 황제 호해 앞에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말하고는,

'()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바른 말을 하는

신하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몰래 다 숙청하여

황제보다 자신이 더 권력이 세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고사성어입니다.

, 얼토당토 않은 것을 우겨서,

윗사람을 멋대로 주무르고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른다는 의미로 쓰이는 고사성어입니다.

 

아마 삼척동자라도 말과 사슴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도 아니면서,

사슴을 사슴이라 말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나 봅니다.

 

흔히들 똥과 된장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똥과 된장은 생김새가 비슷하여

실제로 맛을 보고 구분해야 확실한 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과 사슴은 주마간산 격으로

슬쩍 처다만 보아도 분간이 됩니다.

 

근데 이걸 뻔히 알면서도 사슴을 사슴이라

말하지 못하는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요?

참으로 답답하기도 하고

궁금해지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애를 낳으려면 산고를 겪어야 한다지만

산고가 길어지면 산모도 아이도 모두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고심이 깊다지만 자연분만이 어려우면

제왕절개라도 해서 위태로운 대한이를

하루속히 구해내야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오작(烏鵲)이 어찌 봉황(鳳凰)의 깊은 뜻을 알 수 있겠는지요?

 

시국이 어떻건 날씨는 오늘 낮부터 풀린다합니다.

따사롭고 화창한 봄기운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까지 스며들기를 바래봅니다.

 

오늘도 밝고 화창한 하루 보내시길...

 

(음표) 김도향의 벽오동

https://youtu.be/LcKFzqOdLsU

 

(음표) 배인숙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https://youtu.be/nhImDf_gE5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