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冬初(동초:모든 것들 시드는데)/李彦迪
紅葉紛紛已滿庭 [홍엽분분이만정]
붉은 낙엽 떨어져 뜰에 가득하고
階前殘菊尙含馨 [계전잔국상함형]
섬돌 앞 국화는 여전히 향기를 머금고 있네.
山中百物渾衰謝 [산중백물혼쇠사]
산속의 모든 것들 시드는데
獨愛寒松歲暮靑 [독애한송세모청]
찬 바람 속에서도 푸른소나무를 홀로 사모하노라
공자는'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고 상록수들에 빗대어 지조와 절개를 군자가 갖춰야 할 핵심 미덕으로 가르쳤다(논어 자한편).
힘 있는 자가 정의를 독점하고 사람들이 이익에 따라 쉽게 변절하던 시대에,
공자는 제자들이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을 갖추길 바랐다. "君子固窮(군자는 곤궁함 속에서도 굳건하다)이 바로 그 가르침이다.
그 이래로 지조와 절개는 선비가 갖추어야 할 미덕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시는 회재(晦齋)이언적(李彦迪,1494~1546)이 지은 것으로,
초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향기를 날리는 국화와
모든 나무의 잎이 져버린 숲에서 홀로 푸른 소나무를 바라보며
군자의 지조와 절개를 지키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적은 시이다.
이시를 지을 당시 이언적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 가운데에 있었다.
이언적은 사간원의 사간으로서 중종의 딸 효혜공주의 시아버지로 권력을 휘두르던 김안로(金安老)를 탄핵한 일로 김안로 일파에게 미움을 샀다.
이들은 남곤, 심정 등 당시 실권자들을 몰락시키고 권력을 장악하자
1531년(중종 23년) 이언적을 유배형에 처하려 했지만,
워낙 중종의 신임이 두터웠고 왕세자(후에 인종)의 사부라서,
이언적은 파직만 당하고 고향인 경주로 낙향하였다.
하지만 실권자 김안로의 미움을 받는 처지에 있었던지라
언제라도 멸문의 화를 당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언적은 종가인 경주 양동 마을로 돌아가 가족 친지들과 지내지 않고
홀로 자옥산(紫玉山)에 올라 1532년 독락당(獨樂堂)을 짓고 성리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전념하였다.
이언적은1535년(중종 27년), 독락당에서의 은거 생활을 담은 연작시 <林居十五詠(임거십오영)>을 지었는데, 그 다섯 번째 시가 이 <동초>이다.
이 시는 공간적 배경으로 둘로 나누어져 있다.
1,2연은 뜨락을 배경으로 초겨울의 을씨년스러운 추위 속에서도 향기를 날리는 국화(殘菊)을묘사하고 있다.
3,4연은 산속을 배경으로 활엽수들이 잎을 떨구며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소나무를 홀로 사모한다(獨愛寒松歲暮靑)고
소나무를 칭송하며 간신들이 판치는 정세 속에서도 두려워 하거나 흔들리지 않겠다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있다.
3연의 잔국(殘菊)과 4연의 한송(寒松)은 간신들이 판치는 정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비의 지조를 상징한다.
이언적은 김안로 일파가 몰락한 후 조정으로 복귀하여 홍문관 직제학, 성균관 대사성, 사헌부 대사헌, 이조판서 등 요직을 거쳤다.
중종이 승하하고 스승으로 가르치던 인종이 즉위하여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왔지만 인종이 즉위 후 1년도 못 넘기고 승하한 것이 이언적의 비극이자 조선 중기의 비극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어서 즉위한 명종을 대신해 수렴청정하던 문정왕후와 윤원형 일파의 국정 농단 속에서, 이언적은 날조된 양재역 벽서 사건에 연루되어 평안도 강계로 유배되어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초겨울 한파 속에서도 홀로 푸른 소나무를 바라보며 지조를 다짐했던 이 시는,
그 다짐을 끝까지 지키다 유배지에서 생을 마친 선비의 애달픈 초상이 되었다.
이 시는 이언적의 문집 《회재집(晦齋集)》에 수록되어 있다.
모셔온 글
오늘 아침은 날씨가 포근하다 싶은데
흐릿한 게 마치 비라도 뿌릴듯한 우충충한 날씨입니다.
지난 토요일은 바람이 매섭게 불고 추웠는데,
한번 걷고 싶었던 광주호 누리길을 찾았습니다.
광주호 상류쪽엔 광주호 호수생태원이 있고
식영정과 환벽당 그리고 가사문학관이 위치해 있는
가사문화권입니다.
옛 선비들은 식영정에서 광주호 방향의 경관을 내려다보며
풍류를 즐겼을 겁니다.
호수생태원은 가끔씩 들러서 거닐곤 하는데
이어지는 누리길을 끝까지 가볼 기회가 그동안 없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생태원에서 누리길 종점인 관수정까지는 대략 5km로
왕복 10여km 거리인데 행정구역상 광주구간과 담양구간이 있고
시점부는 데크길이고 후반부는 산길이 이어진다.
바람이 없는 날이면 수면에 투영되는
하늘과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데
바람 불고 물결이 치는 날씨라서 다소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광주호의 시원스러운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추위마저 잊을만했다.
사실 눈도 없는 삭막한 겨울 풍경은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이 만족스러운 산책길이었다.
광주호 생태원에서 누리길까지 거닐며 담아본 풍경 사진 올려봅니다.
오늘도 소나무처럼 푸르고
국화향처럼 향기로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최예림의 “Lose Yourself”
https://youtu.be/2sOk1l7gxfk?list=RD2sOk1l7gxfk
(음표) 서도밴드의 “뱃노래”
https://youtu.be/_FpGuDhQ-AA?list=RD_FpGuDhQ-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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