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야연도리원서/ 이 백
春夜宴桃李園序 / 李 白
(봄날 밤 도리원에서 연회를 베푼 것에 대한 序)
夫天地者는 萬物之逆旅요 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무릇 천지는 만물의 여관이요, 세월은 영원한 나그네이다.
而浮生이 若夢하니 爲歡이 幾何오.
그런데, 덧없는 인생이 꿈과 같으니 즐거움을 누림이 얼마인가?
古人秉燭夜遊는 良有以也로다.
옛 사람이 촛불을 잡고 밤놀이를 한 것은 진실로 까닭이 있도다.
況陽春이 召我以煙景하고 大塊가 假我以文章이라.
하물며 따듯한 봄날은 안개 낀 경치로써 나를 부르고,
대지는 나에게 문장을 빌려주었음에랴.
會桃李之芳園하여 序天倫之樂事하니
복숭아 꽃 오얏꽃 핀 향기로운 뜰에 모여
형제의 즐거운 일을 (글로) 펴니
群季俊秀하여 皆爲惠連이어늘
여러 아우는 빼어나서 모두 혜련이 되었는데
吾人詠歌는 獨慙康樂이로다.
나의 영가는 홀로 강락에게 부끄럽구나.
幽賞이 未已에 高談이 轉淸이라.
그윽한 완상이 아직 끝나지 않아 고상한 이야기는 더욱 맑아지고
開瓊筵以坐花하고 飛羽觴而醉月하니
옥같은 잔치를 벌여 꽃에 앉고 술잔을 날리며 달에 취하니
不有佳作이면 何伸雅懷리오.
좋은 시가 아니면 어찌 고상한 회포를 펴리요.
如詩不成이면 罰依金谷酒數하리라.
만약 시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벌은 금곡의 술잔 수에 따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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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천지라고 하는 것은 만물이 쉬어가는 나그네 집이요,
세월이라고 하는 것은 영원히 흘러가는 길손이다.
그 가운데 우리네 덧없는 인생은 짧기가 꿈과 같아,
그 동안에 환락을 누린다 한들 겨우 얼마이겠는가!
옛사람이, 백년도 못 사는 인생이 천년의근심을 안고서,
낮은 짧고 밤은 길어 놀아 볼 겨를이 없음을 한 하다가
밤에촛불을 켜고 밤을 낮 삼아 놀았다고 하더니만,
아! 참말로 이제야 그 까닭이 있음을 알겠구나!
더구나, 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봄날, 아지랑이 어린
아름다운 봄 풍경이 활짝 웃으며 나와 놀자 날 오라 불러대고,
여기에 하늘이 또 내게시문을 짓는 재주까지 빌려주며
시 한 수 읊어 보라 하니, 아니 놀고 어찌하리!
그래서 오늘 복숭아꽃, 오얏꽃 활짝 피어
향기 그득한 여기 이 꽃동산에 주연을 베풀고,
우리 형제들 친족들 모두 모여 즐거운 일들을 펼치니,
젊은이들은 모두가 수재라, 명시를 잘 지어내는
송나라 사혜련이 되어 멋진시들을 다듬어 내는데,
나 이태백이 읊은 노래만이 평소에 흠모하던 시인
강락을 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구나!
고요히 봄 풍경을 미처 감상도 덜 했는데
또 다시 고상한 이야기들이 갈수록 맑게 들려오고.....
주옥 같은 이 자리, 아름다운 연석에 꽃을 보며 앉아서
새 모양의 술잔들을 새 깃 마냥 날리며 이 밤을 달 앞에 취한다.
즐거운 밤놀이, 이렇게 좋은 봄밤을 시 한 수 없을 수 있을까 보냐!
썩 좋은 작품이 없고서야 내 이 풍아한 생각들을 무엇으로 풀어보랴!
만일에 좋은 시 한 마리씩을 읊어내지 못한다면 무엇으로 벌을 줄까?
그렇지! 진나라 석숭의 금곡의 별장 금곡원에서
손님들을 초대하여 주연을 베풀고,
시를 짓지 못하는 사람에게 벌주로 술 서 말을 마시게 했다던데...
우리는 금곡의 예를 따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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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白(이백) [701-762]
자는 태백(太白), 촉(蜀)의 청련향(靑蓮鄕) 사람이라 호를 청련거사(靑蓮居士)라 했다.
두보(杜甫)와 나란히 당대(唐代) 제일의 시인으로 자유분방(自由奔放)한
천재적인 시풍(詩風)으로 시선(詩仙)이라 하기도 하는데
현종(玄宗)의 총애를 받아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었으나
양귀비(楊貴妃)에 거슬려 직(職)을 사퇴하고
당도(當塗)의 이양빙에게 의탁해 있다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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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구 풀이 ◈
序(서) : 사물의 내력을 순서를 좇아 서술하는 문체
夫(부) : 무릇. 대저. 대개. ※ 발어사(發語辭)
者(자) : ~라는 것.
逆旅(역려) : 나그네를 맞이함. 곧, 여관. 숙소. ※ 逆 : 맞이하다 (= 迎).
光陰(광음) : 세월. 시간. ※ 光은 낮, 陰은 밤.
百代(백대) : 매우 긴 세월. (= 永遠)
浮生(부생) : 뿌리 없이 뜬 인생. 곧, 덧없는 허무한 인생.
若(약) : ~과 같다. ※ 비교 형용사
幾何(기하) : 얼마인가? ※ 수량을 나타내는 의문사
良(량) : 진실로. 참으로. (= 誠, 固)
以(이) : 까닭. 이유.
況(황) : 하물며 ~에랴? ※ 반어형에 쓰임
煙景(연경) : 아지랑이 낀 봄 경치.
大塊(대괴) : 대지(大地). 지구. 천지. 여기서는 天地, 곧 '자연', '조물주'의 뜻.
假(가) : 빌다 빌려주다.
天倫(천륜) : 자연적 질서가 있는 사이인 형제를 이르는 말.
群季(군계) : 여러 아우. ※ 季 : 아우.
惠連(혜련) : 謝惠連(사혜련 : 397~432). 육조 시대(六朝時代) 송(宋)나라의 시인. 그의 족형(族兄)인 사령운(謝靈運)은 그를 사랑하여, 혜련과 함께 시를 지으면 언제나 좋은 싯구를 얻었다고 전해지고 있음.
吾人(오인) : 우리들. 나. 여기서는 李白 자신을 지칭한 것임.
康樂(강락) : 謝靈運(사령운 : 385~433). 육조 시대(六朝時代) 송(宋)나라의 시인. 강락후(康樂侯)에 봉해졌으므로 謝康樂이라 함. 謝惠連의 族兄.
未已(미이) : 아직 끝나지 않다. ※ 已 : 그치다.
高談(고담) : 고상한 이야기.
羽觴(우상) : 새깃 형상으로 된 술잔.
佳作(가작) : 훌륭한 작품. 곧, 좋은 시를 말함.
如(여) : 만약 ~하면. ※ 가정 부사
金谷酒數(금곡주수) : 벌주 석 잔. 진(晉)의 석숭(石崇 : 249~300)은 詩人으로 낙양(洛陽) 교외의 금곡원(金谷園)에 별장을 짓고 호화로운 주연을 베풀었는데, 그 때 시를 짓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벌주(罰酒) 석 잔을 주었다고 함.
배 꽃(梨花)
오얏꽃(李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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