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악몽인지, 흉몽인지 요상한 꿈을 꿨다.
꿈속에서 항상 다니던 목욕탕 이었는데, 나는 주로 혼자 목욕탕에 다녔다.
그런데 그날은 목욕탕에 손님이 한명 밖에 없었다.
길에서 만나 한두 번 인사한 적이 있는, 약간은 밥맛이고, 어딘가 아파 보였는데,
혼자서 럭셔리 한척하는 웃기는 여자였다.
이 여자는 이 목욕탕을 자주 이용했다.
혼자서 올 때가 많았지만, 가끔 씩은 가족끼리 와가지고 디게 떠들며
목욕하던 여자다.
참, 이곳 목욕탕은 남녀혼탕인데 이곳에서는 모르는 남녀끼리도
때를 밀어주고 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마법의 목욕탕이었다.
그녀는 목욕탕에서 나를 본건 아마 처음 일 것이다.
나는 항상 혼자 와서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목욕만 하고 갔으니까?
그래서 오늘은 밥맛 없더라도 오늘은 이 여자하고
서로 때를 밀어 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목욕하려고 옷을 벗었는데,
저 여자는 꼴에 옷도 벗지 않고 거울 쳐다 보면서,
머리를 빗는 등 난리 부르스를 하고 있다.
미쳤구만!
목욕이나 하고 머리를 빗을 일이지,
뭐하는 짓이여................
하고 생각하는 순간 잠이 깼다.
근데 이게 웬일, 목욕탕 앞 광장 벤취에 앉아 졸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나는 원래 몽유병 증상이 있는 데,
꿈속에서 꿈을 꾸면서 실제로 옷을 벗은 모양이다.
엄마나야!!!!!!!!!!!!!
깜짝이야!!!!!!!!!!!!!
놀래서 주변을 보니, 바로 앞에서 그 여자가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내 거시기를 쳐다 보는 데, 충격을 받은 느낌이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더 놀랬다!
어찌나 창피 했는 지, 옷도 팽개치고, 그 여자를 밀치고 도망가서,
집 앞까지 갔는 데, 집에 들어가면 집사람에게 혼날 것 같았다.
옛날에도 이렇게 옷을 놔두고 갔다가, 디게! 디게! 혼났었다.
휴.......................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없어서 천만 다행이지 .................
근디, 아무래도 옷을 가지고 와야 할 것 같은 데,
그 여자가 지금까지 거기 있으면 어쩌지?
부끄럽고, 창피해서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은 데....
이거시 먼 우세여, 미치거 꾸만..................
아, 참!
아까 내가 도망치면서 그 여자 밀치니까, 쿵하고 떨어졌는데,
혹시 뇌진탕이라도..........
정말 불안했다!
만약 그 여자가 뇌진탕으로 죽으면 나는 살인자,
아! 미치겠다.
가서 현장이라도 확인해 얄 것 같아서,
손으로 거시기만 가리고 살금 살금 가봤더니
그 여자가 옷 옆에서 무릎을 쓰다듬고 있다.
다치긴 다친 모양이다.
옷을 가져 가야 겠는 데, 낯이 뜨거워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다.
안되겠다, 집에 가서 혼나더라도 그냥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데,
상당히 아파보이는 눈치다.
우씨!!!!!!!!!!!!!!
나 때문에 다쳤는 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혀서 앞으로 가지는 못하고 숨어서 괜찮으냐고, 소릴 질렀더니,
무릎에 멍만 들었는 데, 괜찮으니 옷이나 가져가라 한다.
일부러 옷을 지키고 있었다나, 뭐라나,,,,,,,,,,,,,,,,,
그러면서 뒤돌아서서 반대편을 바라보며,
“나는 아무것도 안 봤어요!”
그런다.
참으로 음흉한 여자다.
다 봤으면서............
손가락 사이로 쳐다 보던 그 눈길이 아직도 선한디.................
사실 나는 목욕탕 안에서는 지 것도 볼 건 다 봤었다.
치...........
뭐, 별로 볼 것도 없드 마는.......................
그리고 다음부터는 이런 여자 다니는 목욕탕에 안 다녀야 겠다고 생각하고,
돌아 서려는 데,
여기 목욕탕을 우리 삼촌이 하는 데,
가족들도 같이 다니세요! 그런다.
순간, 여러 명 다니면 목욕비 라도 쬠 깍아 주지 않을까하는
현실 감각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옷을 지켜 준 것이 조금은 고맙고, 무릎의 멍 자국도 걸린다.
아, 참!
집에 아까쟁끼가 있구나!
목욕탕에 가면 좀 깍아 줄지도 모릉께,
목욕탕은 다음에 가고,
집에 가서 아까쟁끼 갖다 발라 주면서 식구들 데리고 와
수인사라도 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식구수도 다섯 명으로 남의 집보다 한명이 더 많으니,
20% 정도는 깍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아니, 10%만 깍아 줘도 그게 얼만데...............
하고, 돈 계산 하다가 잠이 깼다.
이거시 먼 꿈이까??
꿈이라서 다행이지만, 기분 정말 드럽다!
광장에서 혼자 발가벗다니, ㅜㅜ
먼 노므 꿈이 일케 드럽다냐!!!!!!!!!!!!!!
도사님, 만나면 한번 물어 봐야 겠다.
석인이의 점심시간 일기.
끄...............................................ㅌㅌㅌ
체!!!!!!!!!!!!!!!, 40분이나 지나 버렸구만.......................
**註 : 여기에서 목욕탕은 개인 사이버공간을 의미하며, 사이버 공간에서
상호간에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글을 주고 받다 보면, 오해의
소지가 많은 바, 잘못하면 광장에서 혼자서 발가벗는 것과 같은
개망신을 당하거나, 뜻하지 않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며,
깊이 있거나, 부담없이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서로를 알고,
신뢰하는 과정이 필요 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햇살처럼 가족방 > 가족들 글쓰기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모님께 바치는 효심의 노래! (0) | 2010.01.14 |
---|---|
빛(光)을 느끼며 (0) | 2010.01.13 |
석학시리즈(3)-거북이 소풍(속편) (0) | 2010.01.09 |
석학시리즈(2) : 석학들의 대 소풍(부제 : 김밥만을 위하여..) (0) | 2010.01.09 |
석학시리즈(1탄생)-댓글에서 발단이 된 석학들의 한자 논쟁에 끼어든 졸부 (0) | 2010.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