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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맞으러 왜 가는데?

서까래 2010. 5. 13. 18:49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침을 맞아라
수족냉증이나 두통과 같은 만성 통증, 불면증 등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지만 초기에 몸이 좋지 않은 듯한 기미가 보일 때 침을 맞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밤에 늘 양말을 신고 자야 한다든지, 장갑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하다든지, 두통 때문에 결근까지 할 정도로 심한 두통을 겪었다든지, 익면 장애라 해서 잠이 드는 과정이 괴롭고 잠이 얕게 들거나 중간에 쉽게 깨는 등 여러 타입과 증상들이 있는데, 이 가운데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이 있다면 한의사와 상담을 하고 침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침 이뜸 삼약’이란 말처럼 초기 증상에는 침 치료가 잘 들어 웬만한 초기 증상은 침으로 고칠 수 있다. 근육 질환 등 ‘~통’으로 끝나는 질환에도 침이 좋고, 심리적인 불안에서 비롯된 불면 통증이나 소화불량 같은 초기 내과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침도 때에 맞춰 맞아라
침은 빼는 시간은 상관이 없는데, 맞는 시간은 각기 다르다. 사람마다 사주가 다른 것처럼 환자의 병증에도 기운이 있어 자시, 축시 등 사람마다 침을 맞으면 좋은 시간이 각기 다르다. 대표적으로 침을 놓으면 시간은 사람의 정기가 차분히 가라앉아 있는 새벽 5시다. 과음이나 사우나 후, 일과에 지쳤을 때보다는 하루의 컨디션이 가장 좋은 아침에 침을 맞는 것이 좋다.

가장 편한 자세로 맞아라
앉거나 불편한 자세로 침을 맞으면 부작용이 올 수 있다. 그래서 한의사들 대부분이 누워서 침을 맞으라고 권한다. 매일 침을 맞아야 하는 만성 질환자의 경우,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초기에 더 자주 침을 맞게 한다. 침을 많이 맞는다고 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첫 주는 매일, 둘째 주는 일주일에 몇 번 등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오장육부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하는데 침을 놓는 부위는 각각 다르다. 왜?
치료 혈자리가 따로 있지만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어디가 아픈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거슬러 찾아내는 작업을 ‘변증’이라고 하는데, 변증을 통해 같은 두통이라도 머리가 아닌 팔이나 발목에 침을 놓기도 한다. 가령 서울에서 부산에 갈 때 KTX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침은 완행을 타고 천천히 가는 치료를 한다. 만성 질환의 경우 중간 중간 쉬어가며 침 치료의 추이를 보기도 한다. 사람마다 병이 온 과정이 각기 다르듯 한의사가 변증하는 과정도 다르기 때문이다. 오장육부가 연결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침의 개수나 침을 놓는 부위 등이 다른데, 이는 병원마다 처방하는 감기약이 다른 것과 같다.
 
침을 놓고 나서 돌리는 이유는 뭘까?
침을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을 ‘보’, 왼쪽으로 돌리는 것을 ‘사’라고 한다. ‘보’는 기운을 불어 넣고, ‘사’는 나쁜 기운을 빼내는 것으로 홀수로 돌리는지 짝수로 돌리는지에 따라 보와 사의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떤 한의원에서는 침 위에 전기 자극을 주기도 하는데, 침을 돌리는 것도 이와 같은 자극의 하나다. 가장 좋은 것은 사람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침을 돌려주는 것이며, 특히 마비가 온 환자나 중풍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침의 길이의 각기 다른데 길이에 따라 효능도 다른 걸까?
두께와 모양별로 끝이 뾰족한 것과 둔탁한 것이 있으며 각 기능이 다르다. 피를 내서 치료하는 경우 찌르는 단면에 따라 쓰는 침의 종류도 달라진다. 그러나 길이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술하고자 하는 부위나 근육의 단면에 따라 침의 길이도 달라진다. 침은 찌르는 깊이가 아니라 정확한 혈자리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
 
 
 
부항은 작은 동이, 작은 항아리 등의 용구에 화열 및 수열, 펌프로 진공 상태를 만들어 피부 표면에 붙이고 어혈(나쁜 피)을 제거해 혈액순환을 돕는 치료법이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시술할 수 있어 부항단지 하나쯤 가지고 있는 가정도 적지 않다. 부항 치료의 궁금증에 대해 알아봤다.

Q 실리콘, 유리, 도자기 등 부항단지의 재질이 제각각이다. 어떤 차이가 있나?
부항은 건부항과 습부항(사혈부항=피를 빼내는 것)으로 나뉘는데, 습부항의 경우 같은 부항단지를 세척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거나 다른 이와 함께 쓰면 감염 우려가 높다. 또한 정통이냐 아니냐의 차이도 있지만, 부항단지를 만드는 재료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사기와 유리는 시술 시 온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느냐의 차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부위에 놓고, 어떤 부항단지가 더 위생적인가 하는 점이다. 체액이 묻었을 경우, 고온으로 세척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한의원에서는 1회용 제품을 사용한다. 가장 좋은 것은 1회용이다.

Q 부항단지의 크기가 여러 가지인 이유는?
부항을 뜰 자리가 넓고 평평하다면 큰 부항단지를 써도 되지만, 손목이나 발목처럼 굴곡이 많은 곳은 상황이 달라진다. 부항단지의 크기로 좋고 나쁨을 말할 수는 없으므로 부항을 뜰 자리에 맞는 단지를 사용하면 된다. 단, 혈관이 많이 모인 곳, 뼈와 너무 가까운 부위에는 부항을 뜨지 않는 것이 좋다.

Q 혈자리와 상관없이 통증 부위에 놓아도 되나?
부항 역시 침, 뜸과 마찬가지로 혈자리 위주로 놓지만, 아시혈(통증이 있는 부위를 누르면 해당 부위가 곧바로 편해지거나 환자가 아픔을 느끼고 곧 아시(아! 맞다)라고 말하는 곳을 혈자리로 정한 것)이라 해서 아픈 부위도 혈자리가 될 수 있다. 멍이 든 부위도 아시혈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삔 곳에도 효과가 있다. 긴장을 늦추는 데에 도움이 되며, 부항을 뜰 때 혈종(죽은 피)처럼 검붉은 색이 나오면 빼내도 되지만 선홍빛 피는 빼내지 않는 것이 좋다. 집에서는 건부항만으로도 근육의 긴장이 풀린다.

Q 습부항과 건부항, 체질별로 다른가?
혈액 질환이 있거나 빈혈이 심한 경우, 또 아주 마른 사람에게는 습부항을 권하지 않는다. 어혈은 제거할 수 있지만 빈혈 등 다른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부항을 뜰 때, 사혈부항은 위생상의 문제가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고온으로 소독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건부항은 상관없다.

Q 부항단지는 몇 분 간격으로 붙였다 떼는 것이 좋은가? 몇 번 반복하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5분 안팎으로 붙였다 떼는 것이 좋다. 10분 이상은 피한다. 피부를 오랫동안 당기면 그 부위의 뭉친 근육은 풀릴지 몰라도 양옆 근육이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근육은 시작점과 끝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처음, 어느 부위에, 몇 개를 놓는지가 중요하다. 또 사혈부항의 경우 피부의 긴장 정도, 근육의 뭉친 정도에 따라 달리 놓아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Q 무엇을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나?
침만 놓는지, 침과 부항을 놓는지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어혈 질환인 경우 침은 기본이고, 침만 놓거나 침+부항, 침+뜸+부항 중에서 선택한다. 특히 담이나 어깨 결림에 도움이 되고, 소화불량 시, 배에 부항을 놓는 경우도 있다.

Q 침과 뜸은 치료 후 바로 목욕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항도 마찬가지인가?
사혈부항의 경우 감염 우려가 있어 최소 2시간 후에 목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침습’, ‘비침습’이라고 하는데, 양방에서 접종 후에 목욕을 하지 않는 것처럼 한방에서도 사혈부항 후에는 감염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바로 목욕을 하지 않는다.

Q 부항을 피해야 하는 체질도 있나? 또 부항을 뜨면 안 좋은 몸 상태는 어느 때인가?
피부에 자극을 주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피부가 너무 약한 사람, 몸의 기운이 많이 약한 사람은 피해야 한다. 부항을 뜬 후에 술을 마시는 것은 상관없지만 음주 후에는 침이나 뜸처럼 부항치료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Q 찜질방이나 목욕탕에서 부항을 떠도 괜찮을가?
의료보험이 적용된다는 것은 안전성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부항을 뜨는 것 또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의료 시술이다. 찜질방이나 목욕탕 등은 감염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만약 피부 트러블이나 부작용이 생겨도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다. 건부항은 집에서도 괜찮다. 단, 중구난방이 아니라 일렬로 놓아야 효과가 좋다. 또 집에서 부항을 뜰 생각이라면 한의원에 가서 침 치료를 받고 혈자리나 피부 상태 등에 대해 물어보고 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뜸은 오랠 구(久)와 불 화(火)가 만난 한자 뜸 구(灸)로 ‘아픈 부위를 불로 오랫동안 자극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조상들은 병이 나면 침과 뜸으로 치료하고, 그래도 낫지 않는 병에만 약을 썼다. 집에서 몸을 보할 수 있는 뜸에 대해 알아보자.

뜸의 효능
뜸은 몸 전체 상태를 호전시킨다. 그래서 뜸을 지속적으로 뜨면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좋아진다. 두통 같은 만성 통증이 감소하고, 감기나 전염성 질환에 잘 걸리지 않으며, 알레르기 등의 증상도 대폭 감소한다. 현대 의학에서 ‘신경성’이라는 진단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대부분의 질병이 뜸으로 낫기도 한다. 탈모 방지에도 좋고, 딸꾹질 환자와 총기가 떨어지는 치매 환자에게도 효능이 있다.

직접구 vs 간접구
직접구는 피부에 뜸 재료를 올려 태우는 것(작은 화상을 입히는 일종의 자극 치료)이고, 간접구는 도자기나 황토 등으로 만든 뜸기나 생강, 마늘 등의 다른 물질 위에 뜸 재료를 올려놓고 태우는 방법이다. 문헌에는 화상을 입힘으로써 증상이 더 좋아진다고 나와 있지만, 자칫 화상으로 인해 습포가 생기고 흉터가 남아 감염 우려가 높다. 요즘 한의원에서는 주로 간접구를 사용한다. 뜸의 목적은 쑥의 기운과 열전달을 통해 치료하는 것인데, 직접구를 놓을 때와 간접구를 놓을 때 80% 이상 서로 비슷한 효과를 낸다면 20%의 자극 치료를 위해 굳이 화상과 감염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뜸, 제대로 알고 놓자
피부에는 내장 기관의 움직임을 관할하는 신경이 분포되어 있는데, 이 지점에 뜸을 뜨면 신경 기능과 내장 기능이 조절된다. 뜸의 효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중풍’으로, 꼼짝하지 못하던 이가 꾸준히 뜸을 뜨고 나서 거동한 사례도 왕왕 전해진다. 뜸이 마비된 신경을 되살리는 데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질병 없이 항상 몸이 피로한 것은 세포의 활동이 둔해졌거나 병든 세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뜸은 세포의 움직임을 활성화해 움직임이 둔한 세포에 활력을 준다. 찌뿌드드하고 기운이 없을 때 뜸을 뜨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안전에 신경을 쓰고 화상의 위험만 조심한다면 뜸은 가정에서도 진통, 신경 기능과 내장 기능 조절, 혈행 촉진, 혈액 성분 개선, 노폐물과 염증 제거, 체질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건강 비책이 될 수 있다.
 
뜸 치료 시 부작용
체중 미달인 사람이나 골초, 속에 열이 많아 겨울에도 별로 추위를 타지 않는 사람은 뜸 치료가 어려우므로 집에서는 함부로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몸이 아주 약한 환자의 경우 뜸이 몸의 진기를 태울 수도 있으므로 집에서 하는 뜸 치료는 피해야 한다.
 
 

기사제공 리빙센스ㅣ사진 최재인ㅣ에디터 안소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