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지 않은 고요는 없다 /모셔온 글
적멸(寂滅)이란 개념은 불교에서는 아주 소중한 개념으로 쓰인다. 그래서 ‘적멸을 낙으로 삼는다(寂滅爲樂)’고 말하기도 한다. 적멸은 번뇌가 소멸된 고요한 상태,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말하자면 삶의 이상적 모습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통상적 이해방식에서는 적멸은 그냥 조용한 것으로, 그냥 가만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가령 천지가 조용한 적막강산에 들어 앉아 있어도 내 속이 시끄러우면 결코 고요할 수 없다. 또 바깥세상이 어떻든 내 마음만 고요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코 고요해질 수 없다.
내가 해야 할 바를 하지 않고 또 하지 않아야 할 짓을 해 놓고 그렇듯 내 인연들이 오염되어 있는데 내 마음이 고요할 수는 없다. 번뇌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까 고요하다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조용한 곳에 들어 앉아 있다고 해서 내 삶이 고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멸이 구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령 자전거를 탄다고 하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가만히 멈추어 서려면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다가 쓰러질 것이다. 가만히 있고자 해서는 결코 고요할 수 없다. 그리고 바퀴가 천천히 굴러가면 바퀴살이 다 보인다. 이도 고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아주 빨리 달리면 바퀴살이 보이지 않고 그냥 바퀴만 보인다. 마치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을 두고서 고요하다는 표현을 쓴다.
그러니까 고요하다는 것, 그냥 조용하다는 개념이 아니다. 치열하게 전진하는 삶, 그속에서 번뇌와 망상이 자리할 여지가 없을 때 고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말 고요한 것은 치열함에서만 나온다는 그런 이야기다. ‘머무는 바 없이 머물러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삶의 품격은 얼마만큼 고민하느냐, 얼마만큼 치열하냐에 따라서 정해진다. 치열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 삶은 구차하고 비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삶은 치열할 것을 요한다. 치열하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그 일관성을 지켜가는 것, 그것을 치열하다고 한다. 그리고 번뇌, 망상이 자리할 여지가 없고 잡스러움이 없을 정도로 치열한 삶, 그것을 고요하다고 한다.
공자는 ‘사십에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이도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초지일관할 수 있었다는 것, 그렇게 지행합일에 있어서 치열했기에 달리 어떤 의혹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공자는 ‘사십에 불혹’이라고 했는데, 우리 세간사 인생은 의혹만 늘어간다.
하늘은 의미 없는 생명을 낳지 않고 땅은 의미 없는 목숨을 기르지 않는다고 한다. 풀 한 포기도 의미 없는 목숨이 없는데, 우리네 인생이 아무 의미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떠돌다가 마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늘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행동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또한 생각만 하고 행동을 안 해도 거의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다.
‘적멸’이란 개념도 ‘불혹’이란 개념도 밀어두기로 하자. 그러나 이것만은 다시 확인하자. 치열하지 않은 인생, 서툰 인생, 대충 사는 인생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치열하다는 것은 자신이 마주하는 문제를 비켜가지 않고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이고 그 문제의 한가운데에 자신을 던지는 것이며 그리하여 끝내 그 문제를 소화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배영순 교수의 방하(放下)한 생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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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귀로 인해 번뇌가 많으신 금연동지 여러분!
최소한 금연에 있어서 만큼은 한귀의 유혹을 벗어나 적멸의 경지에 들어서고 싶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그게 거저 주어지는 게 결코 아닙니다.
저는 적멸의 경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잊을 수는 있습니다.
지금은 한귀도 유혹을 포기한 듯 합니다.
그래서 담배는 대충 잊은 걸로 생각하고 살아 갑니다.
수년에서 수 십년 간을 숨 쉬는 것과 동일한 삶의 행위 또는 습관으로 행해온 일들을 짧은 시일에 극복하고 이겨 낸다는 건 누구에게나 힘겹고 어려운 일입니다.
금연이 밥 먹고 차 한 잔 마시는 것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 곳 공감마당이 존재할 필요도 가치도 없을 겁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그 어느 누구도 아무 두려움 없이 쉽게 금연을 시도하고, 쉽게 에 성공한 사람은 제가 아는 한 아무도 없습니다.
금연일수가 쌓인 고수들은 나름대로 죽을 각오로 임해서 한귀와 치열한 혈투에 혈투를 거듭하며 얻어낸 성과이며, 그 과정이 치열했기에 아니 치열할 수 밖에 없었기에 금연을 성취한 후에 느끼는 행복과 성취감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혹자들은 금연이 평생을 참는 것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참다보면 잊혀 진다고 말합니다.
사실 저는 후자 쪽에 더 공감하는 편입니다.
이미 잊었다고 스스로 믿고 있고, 잊어서 행복하고, 다시는 가까이 두고 싶지도 생각하기도 싫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하는 한 가장 쉽게 담배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담배를 계속 피우면 죽는 병에 걸리는 겁니다.
아마도 그 상태에서는 잡념이 끼어들 수 없는 거의 적멸의 상태로 금연을 성취할 수 있지 않을 까요?
하지만 그 단계까지 나아간 후에 금연을 시도한다면 인생이 너무 아깝고 허무하지는 않을 까요?
설사 금연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나를 바라보고 살아온 사랑하는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하릴없이 후회하며 살아야 하지는 않을 까요?
저승사자가 옷소매를 끌어 당 길때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나 없는 세상을 내 사랑하는 연약한 아내와 아들 딸들은 헤쳐 나갈 수 있을 까요?
함께 하여도 쉽지가 않은 세상, 하나가 먼저 가거나 병자로 살아가야 한다면 그 가정의 평화와 행복은 절대로 보장받지 못합니다.
금연은 절대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 자신도 만에 하나 재 흡연한다면 다시 금연을 시도할 자신이 없습니다.
자신이 없기에 책임질 수 없는 행동도 당연히 안 할 겁니다!
금연동지 여러분! 특히 새로이 금연에 동참하시는 금연 후배 여러분!
금연을 하려면 죽을 각오로 치열하게 임 하십시요!
금연을 결심한 지금 이 순간이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루지 못하면 아마도 영원히 이루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꿈과 희망은 내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금연은 오늘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습니다!
설사 내일이 있더라도 그건 그만큼 늧은 거지요!
그리고 오늘 이루지 못한 사람이 내일 이룬다고 누가 믿겠습니까?
금연은 절대 말이나 그냥 스쳐지나가는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발 부탁 드리 건데, 금연에 임하는 자세를 보다 진지하게, 보다 더 절실하게 가다듬어 보세요!
마음의 자세가 잡히면 금연은 보다 쉽게 이룰 수 있습니다.
금연에 있어서 만큼은 절대로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치열함으로, 절실함으로 임하시어 부디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빕니다!
금단의 고통과 한귀의 유혹에 힘겨워하는 금연 후배님들의 안타까움을 어루만져 주지 못하고, 대신 따끔한 회초리로 대신하오니, 제발 회초리를 내려치지 않도록 정신들 바짝차리고 제대로 한번 해 보세요!
금연은 기(게)나 고동이나 밥 먹듯이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제 표현이 과했다면 내 기꺼이 회초리를 맞을 터이니, 내리치시고 대신 연약한 마음이나 구구한 변명들을 거두시고, 보다 더한 치열함과 열정으로 이루어 내시길 빌 따름입니다.
아!!!! 제가 더위를 먹은 건가요???
금연동지 여러분들은 무더위도 한귀의 유혹도 모두 현명하게 이겨내시어, 진정한 고요와 평화를 만끽하시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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