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골버스
오래전 어느 무더운 여름날,
시골 길을 내달리고 있는 버스 한 대.
뜨거운 태양에 달궈질 대로 달궈진 버스는 찜통 그 자체였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가로수 그늘 밑을 지나가던 그때,
젊은 군인이 손을 흔들고 서 있었다.
군인을 본 버스는 군인 앞에 멈춰 섰다.
큰 가방을 안고 씩씩하게 버스에 올라탄 군인은
버스 맨 앞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출발해야 할 버스가 출발하지 않는 것이었다.
승객들이 빨리 출발하자고 재촉했지만,
버스 기사는 "저기..."하며 눈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모두가 버스 기사의 눈을 따라 시선을 옮겼는데,
멀리서 젊은 여인 한 명이 버스를 향해
논둑을 열심히 뛰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저렇게 열심히 뛰어오는데,
버스가 출발하면 얼마나 허망할까 하는 생각에
승객들은 여인을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 사이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려
개울가에서 세수도 하고 바람을 쐬기도 했다.
그러길 몇 분 후, 여인이 도착했다.
그런데 여인은 버스를 타지 않고,
버스 주변만 서성이는 것이었다.
버스 기사가 빨리 타라고 소리쳤지만, 여인은 버스를 살펴보더니
이내 군인을 발견하곤 아쉬움과 사랑 섞인 표정으로
"몸 성히 잘 가이소"라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젊은 군인도 "걱정 마래이"라며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잡은 여인을 손을 아쉬운 듯
놓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승객들은
불평이나 짜증보단 너나 할 것 없이 한바탕 유쾌하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버스는 그렇게 슬픈 이별을 뒤로하고
먼지를 일으키며 뜨거운 태양 아래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
“오라이~~~”
버스 출입문까지 버스가 터질 정도로 사람들을 밀어 넣고 나서 문도 못 닫고,
몸이 반쯤 버스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두손으로 문틀을 붙잡고 외치던 뚱뚱한 차장아가씨(안내양)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요즘 같으면 개문발차했다고 당연히 처벌받을 일이지요^^
하지만 그때는 부족하고 느슨한 듯 하면서도 뭔가 정겨운 게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차장아가씨들의 체격이 좋았던 건,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버스차장이라는 직업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직업 중의 하나지요.
세상이 참 좋아지기도 했지만 아련히 떠오르는 옛 추억은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오늘이 불타는 목요일인가요?
연휴기간동안 날씨가 궂다더니, 하늘의 기분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늘이 인상을 찌푸리건 말건,
즐거운 오후 되시고,
연휴기간 행복하게 보내시길....
잠시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보시지요^^
임성훈의 “시골길”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4W9T8P8sVgs
하사와 병장의 “목화밭”
https://www.youtube.com/watch?v=uXUZ8c7Mkuk&feature=player_detail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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