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22/어떤 분이 쓴 주말일기

어떤 분이 쓴 주말일기

 

주말이 바빴다.

토요일, 퇴근 후 오후 다섯 시, 국악합주.

둬 시간, 낱의 소리 색을 뽑아 무지개를 만들고

저녁과 소주로 뒤풀이를 하니 어둠이 짙어졌다.

 

뒤풀이 끝나고 운동하러 가려다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

어라, 이게 누구야, 광주에 거처한다는 오랜 금연식구.

차에 시동을 걸고 전화를 하니 서울 화곡동에 와 있단다.

 

인천에서 화곡동까지는 차가 밀리지 않는 밤이니 삼십분 남짓 거리.

화곡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빠르게 차를 달려 잠시 후 만났다.

24시간 영업하는 감자탕집에서 당연히 감자탕을 시키고

소주를 마시며 응축시켰던 그리운 회포를 풀었다.

 

사내 둘이 만나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남녀 사이라면 눈빛과 몸짓의 언어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직설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사랑한다고, 보고 싶었다고.

 

내가 금연 사천일이니 그는 아마도 삼천일은 되었을 터인데

우리의 대화중엔 전혀 담배나 금연의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부부가 중매쟁이를 거론하지 않듯, 중매쟁이인 금연을 잊은 지 오래기에.

 

밤을 샌들 그리움이 풀리랴만

혹여 밤을 지새워 그리움의 해갈이 풀린다면

이는 더 이상의 그리움이 남지 않는다는 뜻이니 참 슬픈 일이다.

 

그리하여 자정이 되기 전 나는 서정주의 시를 왼다 :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그렇게 못내 아쉬워하며 밤새워 마시자는 그를 제어하며

나는 차를 몰아 인천으로 다시 내려간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무단으로 모셔온 글-

..........................

 

지난 주말 조카 손주 돌잔치를 하러 상경했었다.

동생 둘과 어울려 낮술로 소주 대여섯병을 마시니 기분이 적당히 흥겹다.

역시 잔칫날은 입부터 즐거워야혀^^

그렇게 흥겨운 잔치가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다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다.

 

가족들은 딸이 사는 서울대역 앞으로,

나는 벗을 만나러 화곡역으로....

그리고 환승역에서 그 분에게 전화를 한다.

따르릉인지 찌리링인지 벨소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여섯번이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럴 땐 가차없이 전화를 끊는다.

워낙이 바쁘신 분이라 바로 통화하기는 극히 힘든다.

대부분 나중에 보시고 전화를 하신다.

한번씩 까마귀고기를 드실 때도 있지만....

 

화곡역에서 벗을 만나 맛좋기로 소문난 파닭집에 자리를 잡고

생맥주를 마시며 회포를 풀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어~~언제 전화하셨네?”

“올라 온 김에 목소리라도 한번 듣고 가려고 전화했지요.”

.

.

.

.

통화가 끝나고 파닭을 안주삼아 생맥주 세잔쯤 마시고 있는데,

화곡역 근방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온다.

그리고는 위에 그분이 써 놓은 주말일기가 그날 밤의 상황을 말해준다.

그렇게 나의 주말 밤도 흘러갔다.

 

금연을 위해 금연길라잡이라는 사이트에서 우연찮은 인연으로 만나 7~8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통화만 하면 “한번 만납시다”를 반복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난 건 고작 네 번째다.

담양에서, 광주에서, 그리고 인천에서 한번씩,

그리고 이번에....

 

그러나 모처럼 만나도 어제 만난 십년지기를 하룻만에 다시 만난 듯 전혀 어색하지가 않으니 참으로 희안한 일이다.

벗이라면 벗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나보다 연세도 큰 형님뻘이시고,

인생의 스승님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점심 식후에 우연히 금길에 들어가 봤더니

그 분이 써놓으신 글이 있어 뒷부분은 빼고

나와 관련된 내용만 허락도 없이 살짝 훔쳐왔다.

 

존경하는 형님!

가을에는 바쁘시더라도 시간 내서 내장산 단풍구경이나 한번 가시게요^^

 

날씨가 무척 덥네요.

또 며칠간 비가 내린다는데....

골고루나 뿌리지,

어쨌다고 한 곳에만 갖다 퍼 붓는지???

 

더위도 폭우도 모두 조심하시고, 건강들 하세요^^

 

아름다운 사람/김민기

http://www.youtube.com/watch?v=J0Rgoszt7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