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황동규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목금(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아늬, 석등(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낡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뒷 울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 월간 「현대문학」1958년 11월호
10월도 깊어가고
가을도 깊어갑니다.
오대산과 설악산에서 시작된 단풍이
절정기에 들어서서 서서히 남하하고 있다네요.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라지만
가을의 백미는 단풍과
낙엽이 아닐까요?
그런데 단풍이 완행열차를 타고 내려온다고 해도
감흥이 생기지 않는 건 또 무슨 연유인지...
내려오는 단풍을 기다리며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야 정상이련만...
가을의 정취를 느끼건 느끼지 못하건
무심한 가을은 깊어가고,
집 없는 사람들의 수심도 깊어가는 계절이다.
마음속에 가을을 느끼지 못함은
아마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이리라.
모든 이들의 마음이 곱디고운 가을빛으로
환하게 물들었으면 좋겠다.
부디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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