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서/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 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끝에서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
감각이 무딘 탓인지,
엊그제까지만 해도
지금이 가을인지
겨울인지 헷갈렸습니다.
주변 풍경과 날씨에 따라서...
이제 달력의 마지막 남은 한 장이
얼굴을 내미네요.
그 달력의 이마에 “겨울”이라고 씌어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12월”이라 쓰고 “겨울”이라 읽어 봅니다.
11월과 함께 가을도 떠나간 게지요.
이제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어도,
곱게 물든 단풍이 화사함을 뽐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접하더라도
가을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가야할 사람을 고이 보내듯이
가는 계절도 그렇게 떠나보내야지요.
그래야 다가오는 겨울도
천사처럼 새하얀 옷을 입고
밝고 환하게 웃으며 오지 않겠어요?
봄, 여름, 가을동안
숲을 별로 가까이 하지 못하고 살았다.
올 겨울에는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발이 푹푹 빠지는 눈 덮인 숲속 길을
자주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12월을 맞는 첫날,
아름답게 열어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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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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