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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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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법정/190320

서까래 2019. 3. 20. 14:08

봄맞이/ 법정

 

나는 금년에 봄을 세 번 맞이한 셈이다.

첫 번째 봄은 부겐빌리아가 불꽃처럼 피어오르던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에서였고,

두 번째 봄은 산수유를 시작으로 진달래와 산벚꽃과 철쭉이 눈부시도록 피어난 조계산에서였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이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무리지어 피어난 민들레와 진달래 꽃사태를 맞은 것이다.

 

올 봄은 내게 참으로 고마운 시절 인연을 안겨주었다.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는 말씀이 진실임을 터득하였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며 자유롭고 홀가분하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을 뜻한다.

불일암에서 지낸 몇 년보다도 훨씬 신선하고 즐겁고 복된 나날을 지낸 수 있어 고마웠다.

 

살만큼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때,

할 수 있다면 이런 오두막에서 이다음 생으로 옮아가고 싶다.

사람이 많이 꼬이는 절간에서는 마음 놓고 눈을 감을 수도 없다.

죽은 후의 치다꺼리는 또 얼마나 번거롭고 폐스러운가.

 

나는 이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이다음 생에는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앞뒤가 훤칠하게 트인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자 원을 세웠다.

그 원이 이루어지도록 오늘을 알차게 살아야겠다.

 

법정스님 글

 

며칠 동안은 완연한 봄날이었다.

꽃샘추위가 와도 좋았고

때 아닌 우박이 내려도 괜찮았다.

 

그냥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즐거웠다.

여태껏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자연스럽게 살아왔는데,

새삼스럽게 느끼며 살아야한다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화창한 날씨에 화답하느라 지난 일요일엔 모처럼

아내와 둘이서 지리산 종주 드라이브도 즐기고

구례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산동 지리산온천관광단지도 둘러보고 왔다.

지리산엔 며칠 전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는지

도로변과 산에 하얀 눈이 쌓여있었고,

 

산수유마을 가는 길은 차량행렬이 4~5키로나 밀려있어 다소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눈을 들어 바라보이는 곳마다 노랗게 핀 산수유들이 활짝 웃으며

지루함과 피곤함을 달래주었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찾은

산수유축제장 주변은 노란 산수유꽃과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축제장에서 바라본 주변 마을들은 지리산을 배경삼아

수십년씩 묵은 산수유나무들과 주택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꽃동네를 연출하고 있었다.

 

한시간여 동안 머물며 산수유꽃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니

날씨도 좋고 경관도 아름다워 나무랄 데가 없었으나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으니

파전에 빨갛게 물든 산수유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킬 수 있었다면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이 달아났으련만

마님을 모시고 다니는 가마꾼의 비애라니....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모든 게 용서가 되었다.

그런데 결국 삼일천하로 끝나고 또 다시 암운이 낀다.

망할 노무 미세먼지~~~

 

매화꽃잎이 분분히 지고

새하얀 목련이 순결한 자태로 곱게 피어나는 계절...

남녘에 위치한 접도에는 지금쯤 해변의 감탕나무숲이 푸르름을 더해가고

붉디붉은 입술의 동백아가씨와

연분홍치마의 진달래 새 색씨가 그 자태를 뽐내고 있으리라.

 

그리고 등산로 변엔 산자고며 노루귀, 현호색등의 풀꽃들도 지천에 깔려 피어있겠지.

조금 이른 봄과 푸른 바다를 만나러 남쪽나라로 달려가고 싶다.

아니, 그 섬에 가고 싶다.

 

희망사항이기도 하지만 요즘 같으면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산책길에 길섶에 갓 돋아난 쑥이며 냉이 같은 나물들을 한웅큼씩 띁어다가 된장국을 끓여먹는 재미도 쏠쏠치가 않다.

봄을 보고, 느끼고, 먹어보아야 비로소 봄을 맞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이고, 나는 언제나 진정한 봄을 느껴보려나 모르겠다.

 

오늘도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린다지요.

물러가야 할 건 전두환만이 아닙니다.

네 이 놈 미세먼지야! 썩 물렀거라~~~

 

봄비에 젖고 봄 향기에 취하는 즐거운 하루되시길...

 

캔의 내생에 봄날은

https://youtu.be/VCl_CWhvW1U

 

배따라기의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https://youtu.be/VCl_CWhvW1U